Four key takeaways from layoff
작년 8월, 정리 해고를 통보받고 딱 1년이 지났다. 그 뒤, 6개월 동안 백수와 구직자 사이 시간을 보냈으며,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2월 중순부터 새 직장에서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미리 알았더라면 어땠었을 까 하는 아쉬움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라는 행복회로는 항상 돌아간다.
Do not stray from the center of gravity if you desire to move up the corporate ladder.
굳이 사다리를 올라가지 않더라도, 성과를 잘 받고 회사의 영향력이 있는 프로젝트를 하려면 회사의 중심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걸, 뉴욕으로 오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지난 글에서 살짝 언급은 했지만, 실리콘 벨리에서 뉴욕으로 오면서 팀이 바뀌었다. 나중에 구조조정이 있을 때, 회의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팀원들이 어느 시간대에 살고 있는가가 개개인의 역량 혹은 관심 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로 겹치는 시간을 살펴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지난 회사의 본사는 호주 시드니였기 때문에, 미국의 서부와 3시간 정도의 일하는 시간이 겹치지만, 동부에 있는 뉴욕과는 전혀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 때문에, 시드니 팀 하고 일할 때에는 두 팀 중에 한 팀은 밤이나 새벽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본사와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맡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한, 공동 창업자를 포함한 주 의사 결정권자들이 시드니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회사에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시드니에 있는 팀들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캐시 카우인 JIRA 제품 R&D 팀, 미래 먹거리 AI 프로젝트, 각 제품의 뼈대를 담당하는 디자인 시스템 플랫폼 팀 등, 주요 프로젝트들은 시드니 팀이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를 수도 있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한국 회사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리 재택근무,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주요 정보의 취득이나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왕왕 있을 거라 생각된다. 모든 사람들이 회사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자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회사에 영향력을 끼쳐 승진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주요 결정권자들이 있는 곳과 가깝게 있어야 되지 않나 싶다.
The company does not remember what you've done in the past. Don't get caught up in your prior successes.
정리 해고 통보를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얼마나 회사에 기여를 많이 했는데였다.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지난 프로젝트들을 떠올리면서, 그러면 안 되지 생각하는 건 아마 믿었던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을 때 배신감과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원격 근무가 대세여서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팬데믹이 지나면서, 회사 주식은 다시 평상심을 찾아 내려갔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내려갈 때 냉철한 판단으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손절을 하지만, 과거 고점 가격을 생각하면서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아직도 들고 있어서 더 큰 손실을 보고 있을 수 있다.
전 회사는 두 가지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보상했다. 하나는 과거의 성과에 보상하는 차원으로 보너스를 지급했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회사에 크게 기여할 잠재력이 큰 직원들에게 주식을 줬다. 회사 측에선 직원들의 과거 성과는 보너스로 이미 다 보상을 했기 때문에, 다음 해 보너스를 산정할 때는 다시 제로 베이스로 돌아가서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공개되어 있는 회사는 분기마다 영업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그 누구도 지난 분기 실적이 잘 나왔다고 해서, 이번 분기 영업 실적에 프리미엄을 주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높은 영업 실적은 다음 분기 영업 성장률에 부담을 준다.
It is crucial that my work direction aligns with my manager's or the company's, and that I can further develop in an expanding organization.
지나고 나서 보니, 스킵 레벨 매니저(매니저의 매니저) 제인(가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었다. 내가 매니저가 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제인이 우리 제품을 포함한 여러 제품들을 관장하는 역할로 승진되어 왔다. 핑계지만, 나와 그녀의 사이에는 두 명의 매니저가 더 있어서 나로서는 우리 팀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 모바일을 전략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맡은 팀의 성과가 그다지 제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가 다른 제품 팀으로 떠나게 됐고 더 작은 팀으로 갔기 때문에 제인과 나의 사이에는 한 명의 매니저만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녀의 나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전에 나와 제인 사이에 있었던 두 명의 매니저 역시 나오게 되었다. 그중 한 명의 매니저가 각별히 나를 신경 써줬는데, 나올 때 그녀의 부당함에 대한 불평을 내게 연신 늘어놓았다.
바로 위 매니저들하고는 관계를 정말 잘 가져갔었는데 (링크드인 추천서를 다 써준 거 보면), 제인과도 방향성이 맞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힘 있는 조직에서 팀장 역할을 시작했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Your reputation follows you everywhere. So, let's not mess things up.
회사 나왔다고 링크드인에 알린 순간, 감사하게도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그중에서는 같이 일하자고 본인의 회사 채용 공고나 메시지를 따로 보내준 동료들도 있었다. 다른 회사 CTO로 간 동료가 자기 회사 어떠냐며, 리쿠르터와 연결을 시켜주기도 했고 스타트 업으로 자리를 옮긴 전 동료가 자기네 회사 디자이너로 들어오는 게 어떠냐며 제안을 해주기도 했다. 아쉽게 타이밍이 안 맞아서, 아니면 내가 원하는 바와 달라서 함께 못했지만, 진심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특히, 첫 직장에서 나를 뽑았던 전 매니저의 연락이 너무도 감사했는데, 연락을 받고 나서, 샌프란시스코 갈 일이 있어서 근처 커피숍에서 4년 만에 재회했다. 근황 이야기를 나누고, 곧 자기 팀에 포지션이 나올 것 같다며 다시 돌아오는 게 어떻겠냐고 내게 의중을 물었다. 제안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아직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금 쉬면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이게 한기용 선배가 이야기한 평판이라는 게 아닌가 싶었다.
레이오프가 되고 인터뷰가 잘 진행이 되지 않아서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그래, 잘하고 있어'라는 위로가 되었다.
그 외에도 백수와 구직자 그 사이를 무사히 넘길 수 있게 도와주신 감사한 분들이 있다.
작년 초부터 한국의 스타트업 디자인 팀 코칭 및 글로벌 프로젝트를 파트타임으로 도와주고 있었는데, 내 소식을 들은 김태수 대표님이 다음 커리어 찾는 기간 동안에, 더 긴 시간 함께 하자고 제안해 주셨다. 그 덕분에, 그 기간 동안, 완전히 풀어지지 않고 루틴을 갖고 의미 있는 모바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산스라는 모임을 소개해주신 수연님이 들어가신 회사의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제안해 주셔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low code 툴인 webflow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을 묵묵히 옆에서 바라봐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1년 동안의 회고를 마쳐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