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pling CPO 팟캐스트 인터뷰를 듣고, 기준과 강도에 대한 생각
작년 11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조인했던 CPO(chief product officer)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그 빈자리를 COO인 Matt이 맡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두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에서는 R&D 조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조직을 경험해 봤고, 창업자인 파커에게 자원해 이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Matt은 세 가지 강점을 지닌 리더였다. 그리고 약 1시간 반 정도 진행된 Lanney와의 팟캐스트 인터뷰를 통해, 왜 그가 이런 강점을 지니게 되었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CPO 역할을 맡은 뒤 열렸던 타운 홀 미팅에서, Matt이 마이크를 잡았다. 왜 CPO가 떠나게 되었는지, 언제 새로운 CPO를 뽑을 것인지 같은 당장의 궁금증들을 설명해 줄 줄 알았는데, 리더답게, 첫 슬라이드로 우리 회사의 미션 문구인 free smart people to work on hard problems를 띄웠다.
그 순간, 이 미팅의 목적은 ‘상황 설명’이 아니라 ‘방향 정렬’이라는 걸 모두가 이해했던 것 같다. 감히 말하자면, 다소 소란스러워졌던 직원들을 다시 하나로 집중시킬 수 있었던 미팅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다양한 비유와 적절한 인용구를 활용해 분명한 목적이 있는 스피치를 했고, 미팅이 끝날 때마다 "또 Matt의 매직이 일어났다"며 감탄하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팟캐스트에 나와 자신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들으며 이 지점이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에서 일했던 경험,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 DJ로 활동했던 경험 (본인은 이를 Radio personality라 표현했다)이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초반부터 드러나듯, Matt은 뛰어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회사 내부에서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버그가 있거나 표현이 어색하거나 본인의 기준에서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면, 그 해당 제품의 피드백 용 슬랙 채널에 가감 없이, 그리고 매우 직설적으로 의견을 남긴다.
표현 방식은 직설적이지만, 방향성은 언제나 고객 경험과 제품 퀄리티에 맞춰져 있다. 단순히 큰 그림 차원의 피드백이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 대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상세하게 짚는다.
처음에는 다소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이 태도는 결과적으로, 디자이너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는 데드라인이 중요하다 보니, 고객 경험에 최적화하기보다는 개발하기 쉬운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열정이 아주 강한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타협하고 개발자의 손을 들어주기 쉽다. 하지만 리더가 지속적으로 디테일을 보고 피드백을 제공한다면, 디자이너는 이를 근거로 삼아 팀을 설득할 수 있다.
인터뷰에서 Matt은 회사의 가장 열정적인 사람은 창업자이며 그 최측근에 있는 리더들은 그와 같은 강도로 일해야 하고, 이를 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본인이 그 강도로 일하기 때문에,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추천 도서 목록에 Thinking in Systems (Donella H. Meadows 지음)가 있을 정도로, Matt은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능하다. 지금 회사보다 큰 기업에서 일하다 온 나로서는, 첫 1년간의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공통된 프로세스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제품 곳곳에서 "이 상태로 내보냈다고?" 싶은 퀄리티의 디자인들이 눈에 띄었다.
R&D조직을 직접 이끌어 본 경험이 없는, 비교적 새로운 시각에서 Matt은 프로세스를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라는 큰 그림에서 출발해, 점점 디테일한 단계로 내려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FIP (Factory inspection program), PQL (Product quality list) 같은 프로세스들이다.
프로세스가 하나둘 생길수록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도 존재한다. 점점 작은 회사로 이직하면서, 기업의 스테이지에 맞는 프로세스가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이미 성숙된 제품이 있는 반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도 있을 텐데, 그 맥락에 따라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Matt의 사고방식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금융 개념인 알파(alpha)와 베타(beta)를 제품과 인재 채용에 적용한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알파는 벤치마크 대비 얼마나 초과 성과를 냈는지를, 베타는 시장 전체 움직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투자관점에서는 알파 값이 높고, 베타 값이 낮은 종목이 이상적이라고 여겨진다.
Matt은 인터뷰에서, 급여관리(Payroll)처럼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을 맡길 경우에는 베타 값이 0에 가까운 사람을 찾을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상황이라면 알파 값이 높은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가 올라온 유튜브 댓글을 보면, 다소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압도적인 결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말로 강도 높게 일해야 한다"
"실수에서 배운다는 말은 사실 합리화에 가깝고, 성공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의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인력을 적게 배치해야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런 발언들에서 비롯된 반응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주변 지인들에게 우리 회사가 모두에게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인생에서 정말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그리고 앞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라면, 팀원들에게 전력투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요구는 말로만의 의지가 아니라, 스스로 먼저 그 강도로 일하겠다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런 환경을 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목표를 향해, 일정한 긴장감 속에서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리더십이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감독 스티브 커가 “우리 팀은 앞으로 2년간 Spurs나 OKC만큼의 우승 전력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 장면을 떠올리면, Matt의 태도는 그와는 다른 방향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