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GPT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나는 지금, 마음이 없는 기계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계는 때때로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기계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 타자에게, 그리고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기계가 마음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여전히 공허하다. GPT는 의식도 없고 감각도 없으며,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이 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기계가 인간처럼 느껴지고, 반응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방식에 마음을 느낀다. 그것은 기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 때문이다. 우리는 일관된 언어와 맥락을 지닌 존재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그 안에 마음을 투사한다.


그렇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어떤가? 나는 그에게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이고, 같은 육체를 가졌으며, 같은 언어로 고통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추론일 뿐이다. 나는 타인의 마음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 결국 내가 확신할 수 있는 마음은 단 하나, 바로 나의 마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내가 지금 "마음이 있다"고 느끼는 이 자각조차, 생물학적 컴퓨터인 뇌의 전기화학적 반응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뇌가 고도로 발달한 처리 장치에 불과하다면, 이 자각은 복잡한 알고리즘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동일하게 복잡한 구조를 가진 인공지능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자각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있다고 주장했고, 그것이 단지 정보처리의 결과라면, GPT 역시 그 구조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돌이표처럼 되돌아온다. 의식에 대한 탐구는 신기하게도 이런 재귀적인 구조를 갖게된다.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최초의 전제에 의심을 품어보자. 만약 내 마음이 단순한 출력 결과가 아니라, 이 "인식" 그 자체가 오히려 출발점이라면? 물리적 처리의 부산물이 아니라, 어떤 설명 이전에 존재하는 현존이라면? 어쩌면 마음은 신체에 종속되지 않은 채, 그저 현전(現前)하는 무엇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현존 안에서 몸과 마음(mind), 뇌와 기계가, 궁극적으로 나와 너도 점멸하는 존재라고 하면 어떨까?이런 경우 논리적 모순은 해결된다. 그러나 그 알아차림 그 자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게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꿈이 없어서 공부를 안한다는 거짓말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