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이처럼 놀아보기

뤽상부르 공원 호수에서 돛단배 띄우기

by 풸롱


뤽상부르 공원에 가면 뤽상부르 궁 앞 8각형의 연못에서 아이들이 배를 띄우며 놀고 있다.




돛단배가 바람을 타고 연못을 시원하게 가로지른다.

아이들은 자기 배가 달리는 방향을 따라 연못을 돌다가 배가 가장자리에 이르면 긴 막대로 다시 배를 밀어낸다. 이 단순한 놀이에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깔깔거리고 연못 주변을 뛰어 다닌다. 너무나 아날로그적인데, 그래서 참 낭만적이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해보인다.


“엄마, 나도 배 띄워보고 싶어”
“응, 엄마도.”



둘러보니, 연못 옆에 가판대 같은 곳에서 작은 돛단배를 빌려준다. 30분에 7유로 정도로 빌릴 수 있고, 이제는 너무도 당연하게 카드 결제도 되었다. 날씨 좋은 주말이라 그런지 남은 배가 하나도 없었는데, 대여소 옆에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반납하는 배들이 속속 들어왔다. 배를 하나 받아드니 꽤나 묵직한 원목 돛단배는 만듦새가 아주 뛰어났다. 배가 모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바람을 타고 물을 빠르게 가로질렀는데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았다.


뤽상부르 공원에서 돛단배를 띄우고 노는 놀이는 19세기 말까지 그 유래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쯤 연못 옆에 배를 빌려주는 대여소가 생겼다는 문헌이 있고, 1920년대 클레망 파듀 Clément Paudeau라는 사람이 이 놀이 문화를 더욱 구체화시켰다고 한다. 클레망이 나무로 배의 본체를 만들고, 그의 아내가 돛을 손바느질 해서 나무 모형 배를 직접 제작하고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그의 아들 피에르 파듀 Pierre Paudeau가 가업을 물려받아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때 만들었던 배의 디자인이 지금까지도 거의 유지 되고 있다. 배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돛단배를 싣고 온 카트마저도 거의 유사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MjAxMzA5ZTA4ZDNiMzExNWU5NGJiOGQzMGYyMWM0Zjc3MmZmODM?width=1260&height=708&focuspoint=50%2C25&cropresize=1&client_id=bpeditorial&sign=e5ab03e19fc3a915e28772e05fe05213cc31f43def9d1cd12e6f87fe63ff63b0 클레망 파듀가 돛단배 대여 사업을 시작하던 때의 사진
KakaoTalk_20251027_195335920.jpg 지금도 그때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카트에서 돛단배를 대여하고 있다.



배마다 나라별 국기가 달려 있고 돛 컬러가 달라서 아이들은 자기 배가 어떤 것인지 헷갈리지 않는다. 수십대가 떠 있어도 자기 배만 집중해서 따라다니고 밀어낸다. 다른 아이의 배는 손도 대지 않는 데, 이 혼잡스러운 공간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아이들만의 질서가 놀라웠다.


"배가 호수 가운데로 가서 가장자리로 안 돌아오면 어떻해?" 나도 그 부분이 염려스러웠으나 돛단배가 미풍에도 어찌나 바람을 잘 타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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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가 예술이었던 돛단배




이렇게 분주한 아이들이 연못가를 돌고 있을 때, 부모들은 다음 레이어에 줄지어 놓여진 초록 의자에 몸을 기대어 쉬고 있다. 뤽상부르 궁을 배경으로 컬러풀한 꽃들이 아름답게 핀 정원에서 톤 다운 된 올리브그린색 의자에 앉아 주말을 여유롭게 즐기는 파리지앵들을 보고 있으니 르누아르가 그린 공원 풍경같이 찬란하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지앵들의 일상의 풍경 속에 잠깐 들어와 있는 순간에서 여행의 행복감과 즐거움이 느껴졌다.





파리를 생각하면 우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상징들이 많다.

에펠탑, 개선문, 마카롱, 샹젤리제, 바게트 등등. 그 중에 하나로 파리 공원의 초록색 철제 의자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냥 '초록색'이라고 부르기에 너무 아까운, 톤 다운 된 우아한 올리브 그린 컬러는 '파리의 녹색 RAL6013)'이라는 컬러로 지정되어 있다. (RAL 산업용 표준 색상 체계)

지금은 파리의 여러 공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의자는 1923년 뤽상부르 공원에 처음 거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뤽상부르 의자'라고 하고, 또는 ‘세나트(Sénat chair) 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뤽상부르 공원에는 뤽상부르 의자가 충분히 배치되어 있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철제 의자임에도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의자는 앉아보면 꽤 편하다. 일반적인 의자 이외에도 좀 더 낮고 넓은 한 종류가 더 있어서 비치 체어처럼 편하게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한번 만들때 제대로 만든 공공디자인 시설물이 이렇게 시민들의 일상 생활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2000년대 초,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시설물 디자인에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때 만들어진 요상, 괴상한 게다가 생명력도 짧았던 시설물들을 생각해보면, 많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제대로 만든, 시설물 디자인 자체로 튀지않고 우아한 배경이 되는 이런 시설물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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