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패션쇼가 열리는 그랑 팔레에 어린이 놀이방이 있다

파리 그랑 팔레 The Salon Seine

by 풸롱

디테일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공간이나 물건을 보면 나오는 최고의 감탄사.

끝났네. 끝났어.


나에게 그랑 팔레가 그런 곳이었다. 높은 감도의 공간. 견고함과 화사함, 웅장함과 세심함을 두루 갖춘 공간.

파리 만국 박람회(1900년)를 개최하기 위해 지었던 그랑 팔레는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위해 문을 닫았다가 2024년 파리 올림픽 경기를 위해 일부 재개방을 시작한 뒤, 2025년 6월 완전히 재개관하였다. 우리가 여행한 때가 2025년 8월 말이었으니까 재개관 날짜를 보고 럭키!를 외쳤다. 그랑팔레에 대해 검색해 보면서, 이번에 새롭게 오픈한 공간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있다는 정보를 찾았다. 샤넬쇼가 열리던 그 그랑 팔레에 새롭게 오픈한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니. '담율아, 너는 좋겠다. 이런 정보를 찾아낸 엄마가 있어서.'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았던 날, 늦게까지 잠을 푹 자고 일어난 아이와 그랑 팔레로 향했다.

"엄마, 런던이랑 파리 시차 있지." "응, 한 시간 차이가 나지." "어쩐지, 너무 피곤해서 못 일어나겠더라고. 저절로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잤어. 그래서 늦게 일어난 거야" "아, 그렇구나"


그랑 팔레는 고전주의 양식의 석조 전면과 아르누보 양식의 철재 및 유리 마감이 조화를 이룬 보자르(Beaux-Arts) 양식의 건축물이다. 유리와 철재로 지어진 근대 양식의 건축물의 웅장함과 디테일한 화려함이 동시에 충족되니 숨이 턱 막히게 하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랑 팔레로 들어서면 웰컴데스크와 기념품들을 팔고 있는 중앙홀이 나온다. 중앙홀의 한쪽으로 유리돔 공간이 있는데, 패션쇼가 열렸던 그 이벤트 홀은 일반인의 접근은 안되고 유리창으로 막혀있었지만, 그 너머로 보아도 그 위용과 화려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영국 런던 만국박람회(1851년)의 중심 공간이었던 수정궁이 대 성공을 이룬 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철근과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한 거대한 유리 돔 지붕을 만들었다고 한다. 홀의 길이는 200미터, 너비는 55미터, 높이는 43미터에 달하며, 여기에 총 6,000톤 이상의 강철과 20만 톤 이상의 석재가 사용되었다. 철과 유리로 이렇게 부드럽고 우아한 공간을 만든 것이 놀라웠다.



보자르(Beaux-Arts) 양식: 보자르 건축은 1830년대부터 19세기말까지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에서 가르친 학문적 건축 양식이었다.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원리를 바탕으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요소도 통합했으며 철, 유리, 나중에는 강철과 같은 현대 재료를 사용했다.


복원된 유리 돔 Nef 아래 공간



중앙홀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는 장식과 바닥 타일을 보수하고 오픈한 원형홀 로톤다(rotondon)가 있다. 석재로 만든 이렇게 날아갈 듯 가벼워 보이는 장식이라니. 우리는 이곳에서 파티에 초대받은 여인들처럼, 샤넬 패션쇼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홀을 걷고 돌아보며 즐겼다. 아이의 눈에 이 아름다운 공간이 어떻게 흡수되고 있을지 궁금했다.


원형홀 로톤다 공간



중앙 홀에서 계단 위로 올라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서점과 어린이 놀이 공간이 나온다.

한편에 마련된 서비스 데스크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색연필을 대여해 주고, 각종 퍼즐도 준비되어 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쿠션을 이리저리 쌓고, 그림도 그리며 신나게 논다. 담율이도 아름답고,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한참을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아이가 있어서 짠 여행 코스들이 의외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만족감이 크다.


압도적으로 멋있었던 이 중앙홀 이외에도 인상 깊었던 공간은 지하 화장실과 락카가 있는 서비스 공간이었다. 이번 보수 공사에서는 손상된 장식을 복원하는 것과 더불어 설비를 현대화하고, 대중에 개방되기 앞서 접근성 개선 등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하 공간의 레노베이션도 이루어졌는데 베이지색 타일과 좀 더 짙은 컬러의 줄눈, 그리고 그 타일과 같이 그리드를 맞추어 사물함이 설치되어 있었다. 컬러, 재료, 조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미학적인 공간이었다.


그랑팔레의 지하 서비스 공간


영국에서 디자인경영을 공부할 때, 학생들이 디자인 전공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경영학 전공자도 다수 있었다. 경영학 전공의 학생이 교수님께 좋은 디자인을 보는 눈은 어떻게 키우냐는 질문에, "많이 봐야지, 보다 보면 보는 눈이 생겨."라고 심플하게 대답해 주셨다. 그리고, <안목의 성장_이내옥>이라는 책에서도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어떻게 자라나는가. 안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자라나고, 키워 나가는 것이라고.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하고 세련된 공간에서의 경험들이, 앞으로 아이가 마주하게 될 일상에서 아이만의 안목을 키워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프랑스 아이처럼 놀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