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어린이 디자인 워크숍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는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예 현장이었다.
오피스 건물 로비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뜨게질로 대형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자투리 원단, 리본, 단추 등을 모아 아이들이 브로치, 머리핀같은 장신구를 만들기도 했다. 런던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 디자인, 공예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서치에도 탄력이 붙어야 한다.
처음 어떤 정보를 찾을 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검색의 시간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제서야 찾던 정보들이 연이어 눈에 들어온다. V&A 뮤지엄 홈페이지에서 재미있는 디자인 워크숍을 발견했다. 파티 장식품들을 새활용해 악세서리들을 만들어 보는 워크숍이었다. 어른 동반이 필수인 어린이 워크숍이었고 총 20파운드로 예약했다.
워크숍을 예약한 날이 다가와 V&A로 갔다.
V&A는 언제 와도 좋았다.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 간다고 하면 많은 런더너들이 “Oh! My Favorite!”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예쁜 것이 가득한 이 곳이 너무 좋다.
워크숍 시간이 한참 남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V&A 내 카페로 먼저 향했다. SNS에서 근사한 사진으로 보고 기대가 아주 컸는데, 파리의 오르셰 뮤지엄 레스토랑에서 먼저 황홀한 경험을 했던 터라 첫인상은 실망감이 다소 있었다. 스콘과 시나몬 번, 그리고 차를 시켜 음미하는 동안 구석 구석 살펴보니 공간의 디테일이 엄청났다. 기둥이 채색이나 원 재료를 그대로 깍은 것이 아니라 타일로 하나하나 붙였다. 이쯤되면 패턴과 타일 장인들의 나라이다.
디저트를 맛있게 먹고, 카페테리아 복도 맞은편 문을 열고 나가면 펼쳐지는 정원으로 나갔다.
붉은 색 건물과 잘 어울리는 타원형의 수변 공간에 물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조건 뛰어 들고 싶을 것 같은, 찰방 찰방 거릴 수 있는 물 높이의 반짝이는 수변 공간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곧 워크숍에 들어가야 하니까 잠깐 쉬었다 들어가자했지만, 이런 곳을 보고 어떻게 발을 안 담굴 수 있겠어. 발이 젖으면 따뜻하게 달궈진 석재 바닥에 앉아 말리면 되었다. 그런데 발만 적실 수 있을까? ㅎㅎㅎ
담율이는 처음엔 엄마 옷 젖지 않게 조심해서 놀께~ 했지만 그게 가능하겠냐고. ㅎㅎㅎ
작은 분수 사이로 왔다갔다, 손으로 물도 받아보고, 물을 찰방대며 뛰어다녔다가, 옆 돌기를 했다가. 속바지까지 흠쩍 젖어서 돌아왔다.
나는 붉은 색 박물관을 바라보며 잔디밭에 누워서, 나작한 물을 찰방대며 뛰어다니는 담율이를 보다가, 잠깐 한 숨 졸았다가, 드레스를 입고 온 다른 아이가 물 속에 풍덩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 집 부모님의 샤우팅 "No~~~~~~~"를 들으며 웃었다가, 그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햇볕, 바람, 분위기, 완벽한 하루였다.
금새 워크숍 시간이 되었다. 워크숍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러닝 센터에 로비까지는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입구에 비치된 팜플렛과 미술 놀이 자료들이 흥미로운 것들이 비치되어 있다. 건물 곳곳이 아름다운 패턴과 타일로 장식 된 공간인 만큼 패턴 만들기 활동 자료들도 있었다.
예약한 시간이 되어 파티 액세서리 만들기 수업에 입장했다.
한나 선생님이 본인의 예술 작품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예술적 탐구 과정에 대한 내용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나면 버려지는 재료들, 풍선, 풍선 리본 등을 모아 새로운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하고, 제품을 제작하는 방법은 전통적인 뜨개 방식과, 일본에서 매듭을 지어 만드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 수업에서는 재활용한 풍선 리본을 이용해 팔찌를 땋아 만드는 수업이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질문을 먼저 던졌다.
1. What makes something feel precious? Is it the material, its purpose, its story and /or the story we give it? What do you think?
2. Cartier jewellery often uses rare and expensive materials - what 'gems' can we find and use in everyday life or in 'waste'?
3. How do you think jewellery can tell a story- about a person, a moment or even the planet?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예쁘게만 만드는 데 치중하지 않고 생각할 이슈들을 던져주는 것이 좋았다.
2005년 졸업 논문을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썻었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균형(TBL:Triple Bottom Line)의 중요성에 대해 연구했었다. 런던은 이런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부 및 기업, 사회단체들의 실험적 이벤트가 많이 일어났는데, 많은 작가들의 예술적 활동에도 '가치'를 더하는 전제 조건으로 활용된다. 지속가능한 예술 활동을 경험해 보며, 업사이클링을 통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경험은 앞으로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데 있어 가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준비된 재료들 중에 원하는 컬러의 리본들을 고르고, 매듭을 만드는 방법들을 배웠다.
단순 반복 작업이라 어렵진 않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순서를 놓여서 다른 꼬임이 생기기도 하고, 구슬이 불규칙하게 모아졌지만, 이게 또 핸드메이드의 매력인 것 같다. 어린이들이 매듭을 꼬는 동안 선생님 몇 분이 돌아다니며 잘 꼬아지고 있는지 살펴봐주신다.
한 선생님이 그날 입고 간 초록 드레스가 너무 멋지다고 칭찬을 했다 " I like your dress!" . 또 다른 선생님은 딸과 여행중에 워크숍을 예약했다는 말에 '그럼 숙소는 어디니?' '첼시야' '오! 안전하고 좋은 동네로 잘 골랐구나!' 이런 소소한 스몰토크도 간간히 섞이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결과물이 너무 예쁘게 완성되어서 집에 가면 다시 해볼 생각이 들었다. 악세서리를 좋아하는 담율이는 자기가 만든 물건은 더 좋아한다. 여행이 끝날때까지 팔찌를 소중하게 잘 하고 다녔다. 비싼 재료는 하나도 들지 않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주얼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