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자연사박물관 광물학 갤러리, 파리 광산 광물학 박물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넓고 얇게 관심사가 많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부터 '꽂힌' 단어가 있다.
"호기심의 방"
16세기~17세기, 유럽의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신대륙'을 찾아 드넓은 바다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지리적인 발견과 함께 그 곳의 이국적인 자연, 동물, 물건 등을 발견하게 된다. 흔치 않은 것들은 갖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인지라 유럽의 권력자들 사이에서 이국적인 물품들을 수집하는 열품이 불었다. 권력과 부를 거머쥔 왕과 귀족들은 바다 건너 온 진귀한 소장품들을 한 방 가득 모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스투디올로', 독일에서는 '경이의 방'이라는 뜻의 분더카머,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호기심의 캐비닛' 혹은 '호기심의 방'으로 불렀다. 수집가들의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책, 자연물 (조개껍데기, 화석, 동물 뼈, 원석, 식물 등), 과학 (광학도구, 망원경, 무기), 예술(악기, 미술품 등) 등 집중적으로 모으기도 했는데, 이러한 호기심의 방은 이후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돌’을 좋아하는 시기를 거쳐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어린이용 광물 키트도 그렇게 다양하게 많이 나오는 거겠지. 그런데 그 시기가 이렇게 오래 갈지 몰랐다. 담율이는 반짝이는 돌에 대한 책을 좋아해서 생일 선물로 윤성원 작가의 '젬스톤, 매혹의 컬' 책을 사달라고 했다. 길을 걷다가 색깔이 좀 특이하거나 예쁜 돌이 있으면 어김없이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그 연장선으로 비즈 공예를 좋아해 팔찌를 백 개쯤 만들었고, 집에는 반짝이는 것들을 모으는 상자가 여러 개 있다.
엄마와 아이가 이렇게 까마귀 병(까마귀가 반짝이는 물건들을 그렇게 좋아한다지..)이 있다면 무조건 가야 할 곳이 두 군데 있다. 호기심의 방을 갖고싶은 마음을 대리 만족 할 수 있는 곳.
파리 광산 광물학 박물관은 뤽상부르 공원에 인접해 있다. 프랑스 파리 국립 공업고등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mines de Paris) 한 켠에 마련된 전시장인데, 1783년 왕립 광업학교로 시작해 광물학자 르네 쥐스트 아위(Rene Just Hauy, 1742~1822)의 주도로 소장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물관장이 된 아위는 광산 산업 관련자들에게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모든 화석들을 박물관으로 보내도록 하고, 또 한 편으로는 개인 소장품을 구입하거나 기증받았다. 이렇게 각자의 호기심의 방에서 나온 진귀한 돌들로 나무 장식장을 가득 채웠다. 세계 각지로부터 수집된 1만 5,000점의 암석, 광물질 4,000점, 보석류 700점, 운석 300여 점 등 모두 10만 점의 표본을 소장하고 있으며, 소장품 규모 면에서 세계 10대 광불학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손 꼽힌다고 한다.
첫 인상은 뤽상부르 공원의 부록 정도로만 생각했다. 박물관 단독 건물이 아니고 학교 건물 2층에 있어서 벽에 붙은 화살표를 따라 가야 하는데, 공공디자인에서도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파리에서 A4 용지에 출력한 화살표들을 보고 기대치가 1차로 낮아졌다. 2층으로 올라갔더니 입장료를 받는 데스크가 따로 없고,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직원이 몇명이 들어 갈거냐고 물어보고 바로 표를 뜯어서 준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니 삐그덕거리는 마루 바닥과 나무로 짠 장식장이 줄지어 서 있어 과거 실험실로 들어 온 과학자가 된 것 같다. 타임 슬립하는 것 같은 기분을 아이도 똑같이 느꼈나 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반짝이는 돌들을 본 아이의 흥분 수치가 올라갔다. 핸드폰을 건네주고, 찍고 싶은 게 있으면 찍어보라 했더니 더 집중해서 모든 전시물을 다 찍을 기세로 찍고 다닌다.
소박해 보이는 장식장에는 진귀한 암석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쩜! 헐! 이것 좀 봐! 이게 말이 돼?! 이건 어떻게 여기까지 가져 왔을까?! 감탄사란 감탄사는 모두 쏟아 낼 만큼 신비로운 암석이 많았다. 인공 염료가 개발 되기 전 암석을 갈아 물감으로 썻다는 스토리가 단번에 이해가 될 정도로 선명한 색감을 자랑하는 돌, 정육면체 모양의 결정이 마치 깍은 것 처럼 날카롭게 군집을 이루고 있는 돌, 루이 14세의 사파이어, 샤를 10세의 호화로운 오팔, 알렉산더 1세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박스, 희귀한 왕관 보석들 까지 전시되어 있다. 운석도 여러 개 있는데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다음날 방문한 광물학 갤러리는 자연사박물관 (진화과학박물관) 클러스터에 있는데, 진화과학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Gallery of Mineralogy and Geology의 입구가 나온다. 전날 광물학 박물관에서 입장권을 살 때, 표를 팔던 직원이 이 표를 잘 보관하고 있으면, 날짜에 상관없이 다른 광물 박물관도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해주었다. 입구에 앉아있는 검표원에게 어제 갔었던 광물학 박물관 표를 보여주었다. “이 표 살 때 다른 광물학 박물관도 갈 수 있다라고 하던데?” 했더니, 표 검사 직원이 그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듯 했으나, 잠깐 생각하더니 “와이 낫?”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이런 행운같은 사소한 일에 또 기분이 좋잖아.
광물학 갤러리의 공식 요금은 9유로인데, 유료로 관람했으면 아까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전시관이 작았다. 그래도 어제 갔었던 곳보다 전시 환경은 훨씬 현대적이었고, 전시되어 있는 광물들이 입이 떡 벌어지게 컸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되어 있는 광물도 훨씬 가치있어 보였다.
“엄마, 나는 커서 보석 디자이너가 될 거야.
내 작업실도 이런 진귀한 돌들이 가득 있겠지?
그럼 매일 하나씩 엄마한테 갖다 줄거야”
'담율아, 회사에서 재료를 개인적으로 쓰는 건 도둑질이야 '라는 T같은 대답이 나오려는 걸 목구멍 깊숙히 밀어넣었다. 대신 '엄마를 그렇게나 생각해주다니. 담율아, 나는 너가 정말 좋아. 그런데 엄마는 너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열심히 하면 그게 선물이야' 라고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미래 꿈이 한참 동안 ‘네일 아티스트’로 일관되다가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반가웠다. 여행의 순기능이라면 평소 접하기 힘들어서 잘 몰랐던 직업의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이렇게 미래를 꿈꿔보면 좋겠다.
이번 자연사박물관 지역(자연사박물관 내 여러 갤러리들(ex. 진화과학갤러리, 광물학 갤러리 등)이 있는데, 각 갤러리마다 따로 표를 구매해야 한다)을 방문 시 표를 예약하려고 보니, 박물관이 올해 7월에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현장 구매가 안되니 반드시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구매 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그리고 관람을 잘 마치고, 여행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정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있었다. 9월 15일 경에 우리가 방문했던 지질학 및 광물학 갤러리에서 약 60만 유로 상당의 금괴가 도난당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물관은 임시 휴관으로 들어갔으며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호기심의 방에서 일어난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이라... 제 2의 모나리자 같은 존재가 탄생하는 것인가...
흥미진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