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바날레 뮤지엄
마레 지구 중심에 무료입장인 카르나발레 박물관Musee Carnavalet이 있다. 큰 기대없이 갔지만, 인기없는 작은 박물관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나폴레옹, 프랑스 혁명, 아르누보, 벨 에포크의 거성 거트루드 스타인까지 프랑스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전시하는 프랑스 역사 박물관이며, 소장품도 프랑스의 도시계획, 건축, 패션, 공예, 예술, 문화까지 광범위하게 전시되어있다.
예를 들어, 튈르리 공원에서 처음 열기구를 시연했을 때, 유럽 전역으로 열기구 열풍이 불었다는 것을 파리 고서점 동화책에서 처음 발견했었다. 여기 카르바날레 박물관에는 그 시절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열기구 형상의 의자, 접시, 부채, 그릇 등 그 구성이 다양하다.
파리는 겉핥기만으로도 정말 아름답고 볼 게 많은 도시이지만, 이렇게 한 발자국 더 들어가면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루브르의 그림, 조각들처럼 거창하지 않아서 더 친근하고 사랑스러웠다.
카르바날레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역사 박물관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할 정도로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잘 활용한 곳이라는 점이었다. 어린이들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참여를 높이는 디자인 요소들이 많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인 대칭성을 적용해 나무 블록으로 직접 정원 디자인을 해본다.
프랑스 가구의 부위별 명칭과 특징을 알아보고 조립해본다.
거울로 꾸며진 댄스 홀에서 춤을 춰본다.
나폴레옹이 재건한 리볼리가의 건물에 대해 배우고 아케이드의 쓰임에 대해 층별 특징을 파악해 블록을 쌓아본다.
접이식 의자를 들고 다니면서 오래 앉아서 편안하게 감상한다.
또래 어린이들이 전시품을 보고 그린 그림들을 감상한다.
박물관 건물 가운데 아름다운 정원에서 커피와 레모네이드를 마신다.
이렇게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 만한 체험 요소들이 정말 많다.
내가 제일 좋았던 부분은 거트루드 스타인의 책상이었다.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를 너무 재미있게 본 뒤 벨에포크 시대에 푹 빠져버렸다.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거트루드 스타인이다. 헤밍웨이가 원고를 탈고하면 그녀에게 의견을 듣고, 피카소는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예술가들에게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벨에포크 시대가 활짝 피는데 뿌리 같은 역할을 한 사람. 그 사람이 앉아서 읽고, 생각하고, 대화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을 물건이자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니 한 번 만져라도 보고 싶었다. 시대를 초월하는 어떤 기운이라도 받게 될까.
아르누보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은 어떻고. 알폰소 무하의 그림에서 표현되는 자연적 아름다움이 3차원의 공간으로 살아나 넋을 잃고 디테일들을 감상하게 된다.
박물관이 꽤나 커서 다 둘러보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럴 때는 중정 정원에 앉아 커피 한잔 하면 완벽한 하루가 완성된다.
장미가 핀 아름다운 정원, 파란 하늘, 따뜻한 햇볕, 반짝이는 나뭇잎, 휘리릭 날아가는 새, 우리를 내려다보는 조각상, 도란 도란, 쨍그랑, 달그락, 홀짝.
감각을 다양하게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공간.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