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eam into Action Jul 31. 2023

수구로 외유내강 다지기


나는 딸애가 하버드 의대를 갈 수 있었던 최고의 개인 역량으로 스포츠를 선택하고 싶다. 이번에는 딸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스포츠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ㅣ스포츠로 수구를 선택ㅣ

그렇게 조용히 책만 보던 아이가 중학교 2학년때부터 한 살 많은 사촌 언니와 함께 수영을 시작했다. 일 년 후 재미 삼아 수구를 한번 체험하면서 수구의 묘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딸애는 수영을 늦게 시작하여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운 친구들처럼 스피드를 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수비 #3을 달고 수구팀에 일원이 되었다. 어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생에서 본인의 애정을 듬뿍 담을 무언가를 찾았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9학년때 시작한 수구는 수영 연습과 병행해야 했으므로 플루트을 연주하던 밴드활동은 아쉽게도 그만두기로 했다. 수구 팀은 6명의 선수와 한 명의 골키퍼 7명이 한 팀이다. 서너 명의 추가 선수 및 골키퍼를 합쳐 10명 정도로 이루어지는 팀은 거의 가족이라고 여길 정도로 팀원들도, 팀원의 부모들도 가깝게 지냈다. 


ㅣ팀원으로서의 학교 생활ㅣ

학생들은 코치가 수영장에 들어오는 오전 5시 이전에 물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새벽부터 비가 많이 오는 워싱턴주에서 혜원이는 새벽 4:15분에 닭죽 한 그릇을 먹고 학교로 향하는 게 일상이었다. 큰 시합이 있을 때면 주말에 팀 멤버의 집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그다음 날 아침 팬케이크나 와플 같은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며 팀원들과 시간을 함꼐 보내는 즐거움으로 팀의 단합을 키웠다. 시합이 있을 때는 상대경기팀 학교의 위치에 따라 어떨 때는 1시간 30분씩 스쿨버스를 타고 가서 경기를 치르고 오기도 한다. 그러니 새벽 4시 30분에 집에서 나가 저녁 9시나 혹은 밤 11시가 되어야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방학 때는 수영 연습과 더불어  Dryland Exercise라고 윗몸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 스쾃, 풀업 같은, 운동장에서 수영에 필요한 근력운동들을 끊임없이 해 나갔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수구 또한 각 선수 능력을 100% 끌어내 그 역량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도중 원활한 소통으로 공을 놓치지 않도록 팀의 전략 또한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팀원 간의 신뢰와 협업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마디로 이들은 고등학교 내내 수구를 위해 존재했고 팀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했다. 


ㅣ코치의 무분별한 차별ㅣ

    여고생들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기본적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혜원이는 수구팀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나갔다. 나는 계속 일을 했기 때문에 혜원이가 여기저기 시합을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질 못했고 또 별 불평이 없어 혜원이가 그저 운동에 열정을 쏟는 모습에 대견해하기만 했다. 12학년 초에 나는 자원봉사로 경기하는 모습의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경기 브레이크 때 코치가 물속에 있는 선수들에게 뭐라 말을 하고 있고 혜원이가 우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혜원이는 세상이 무너질 듯 울음을 꺽꺽 삼켰다. 경기 도중 코치 본인이 원하는 점수가 나오질 않자 코치는 혜원이를 보고 이게 다 너 탓이라며 네가 4년 전에 수구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팀원들 앞에서 얘기를 했다는 거다. 난 감수성이 예민한 고 3 여학생에게 팀원들 앞에서 코치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날이후 난 혜원이 팀원들을 만나 코치가 오래전부터 혜원이에게 화풀이를 하던가 말을 함부로 하기 시작했고 그의 그런 태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ㅣ원인과 해결ㅣ

    수구를 시작하고 처음 경기를 뛰던 날 혜원이는 물속에서 코피를 잔뜩 흘릴 만큼 열심을 보였다. 그 이후로 코치는 마이크를 잡을 때면 햇병아리 혜원이 팀원이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라며 관중들에게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혜원이의 끝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치의 기대에 걸맞게 실력이 향상되지 않자 코치는 본인의 스트레스를 혜원이에게 쏟아붓기 시작한 게다. 나는 나의 무관심으로 딸애가 이런 대우를 받도록 내버려 둔데 너무 화가 났다. 나는 팀원 부모들과 상의를 했고 혜원이가 원하면 코치를 학교에서 제명하는데 도우겠다는 서명을 받게 되었다. 


ㅣ딸애의 의지ㅣ

    난 혜원이와 둘이서 마주 앉았다. 나는 그간 딸애가 받은 고충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울었다. 나는 모든 팀원 부모님들이 "너를 위해" 코치를 제명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얘기했다. 혜원이는  "엄마, 난 수구를 4년 동안 끝내고 졸업하고 싶어. 내가 끝까지 수구를 할 수 있도록 해줘." 라며 자리를 일어섰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받은 딸애의 정신적 고통을 어떡하든 보상을 받아 주고 싶었고 또 한편으로는 딸애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과 고민 끝에 난 혜원이를 믿기로 결정했다. 

코치와 나, 딸애의 서먹서먹한 관계에서 딸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연습과 경기에 임했다. 그 결과 우리 팀은 주 전체 파이널에서 일등을 제치지 못하고 2등을 하긴 했지만 워싱턴주에서 최고 수비수 6명 중 한 명으로 뽑히는 영예로 딸애는 4년간의 수구 활동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ㅣ어려움 속에서의 새로운 배움ㅣ

긴 시간이 지나서  지금도 우리는 가끔 이 이야기를 한다, "He was a crazy man, but he did push me to grow furthermore and teach me how to deal with those people. 그 코치, 정신 나간 사람이었지만, 날 더 성장하도록 떠밀어 주었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할 건지를 가르쳐 줬어."라는 딸애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내가 겉으로 보이는 코치의 무지막지한 행동과 싸우는 동안 너는 수구라는 힘들고 어려운 목표를 가지고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만약 딸애를 위한답시고 내 결정대로 그 코치를 제명시켰다면 지금 딸애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내겐 무척이나 어려운 시기였고 부모로서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딸애를 믿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도록 기회를 허락한 게 나로서는 가장 자랑스러운 부모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ㅣ결론ㅣ

    그렇다, 혜원이는 스포츠를 통해서 본인의 한계를 벗어나는 목표를 노력과 인내로 이루어 내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목표를 향하여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으며 주변의 환경 탓을 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함으로써  하버드 의대 입학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얻은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일찍 운동을 하지 않았던 혜원이가 스포츠를 시작하면서 지구력도 생겼고, 팀원으로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깊은 우정을 쌓아 나가며 또한 선의의 경쟁을 배우고 리더의 역할도 경험하였다. 지금도 시험기간이나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할 때면 수영으로 피로를 풀며 또다시 목표를 향해 뛴다고 한다.


#스포츠 #수영 #수구 #워싱턴주 #비 #신뢰 #차별 #기회 #노력 #인내 #선의의경쟁 #명문의대 #의대지망생 #미국 #이민 #영어





                    



이전 07화 노트정리 및 메모 습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