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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 into Action Jul 29. 2023

책 읽기와 창의성 계발

 

남편을 차사고로 잃고 멍하게 있을 때, 대학 친구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우리 집은 불교 집안이어서 교회를 다니는 식구가 없었고 아이들이 너무 어려 같은 동네에 사시는 목녀님께서 우리가 교회를 오갈 수 있도록 항상 라이드를 해 주셨다. 


    하루는 교회에서 돌아오는데 아이가 차 안에서 생떼를 놓아 내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목녀님께서 "자녀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잠시 맡겨놓은 귀중한 보물이에요, 잘 간직하고 있다가 하나님께서 달라실때 돌려드리면 돼요, 내 거다라고 절대 착각하면 안 돼요."라고 말씀하셨다.  얼마 후, 미국 이민 결정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내 나이 서른을 갓 넘긴 때였다. 난 가족도 친척도 없는 외딴곳에서 엄마, 아빠, 가장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언제나 목녀님의 말씀이 어린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부모로서의 부담감을 많이 해소해 준 것 같다. 이른 아침 새벽기도에 가서 나의 많은 두려움을 내려놓고 희망의 메시지를 얻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 교회는 그 당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지금은 나의 20년 지기 American Sister가 된 Lisa가 내가 직장일로 바쁠 때면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아이스크림을 먹인 후 서점에 데려가곤 했다. "Isn't God Great? 하나님, 정말 대단하시지?" , "Jesus just doesn't love you, he adores you" 예수님은 너를 그냥 사랑하시는 게 아냐, 너를 너무너무 예뻐하신단다.", 분홍색 옷을 입은 천사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리사가 아이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때면 아이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리사의 목소리를 가슴에 고이고이 담았다.  저녁에 집에 오는 아이들의 손에는 바이블 스티커 북, 어린이 성경책, 하나님의 약속 같은 성경이야기 책들이 들려 있었다.


밀린 일들을 뒤로하고 짧게만 느껴지던 하루를 접을 시간이 되어서야 난 잠깐 짬을 내어 혜원이 방문을 빼꼼히 열어 들여다본다. 침대 위에서 성경책을 읽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는 혜원이를 볼 때면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시는 하나님과의 대화 속에 있는 듯했다. 

Faith is taking the first step even when you don’t see the whole staircase.

– Martin Luther King, Jr.

"신앙이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모르는 첫 계단을 딛고 오르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의 이 문구는 신앙에 관한 가장 강력한 인용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혜원이는 기도를 하면서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 못 한 혼자만의 꿈을 하나님 앞에 고스란히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유를 따지지 않고 신앙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결국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라고 믿는 것이다. 마틴 루터의 설교처럼 혜원이도 성경책을 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아를 형성해 나갔고 신앙 속에서 자신의 꿈의 첫 계단을 딛고 일어섰다. 


 I learned to read at age 3 and soon discovered there was a whole world to conquer that went beyond our farm in Mississippi. _Oprah Winfrey

오프라 윈프리는 3살 때 책 읽기를 시작했고 곧 고향 미시시피주에 있는 시골 농장 너머에 정복해야 할 온 천하가 있다는 것을 책 속에서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오프라 윈프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혜원이도 책 속에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밤이 새도록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외롭고 따분한 시간을 이 세상을 알아가는 여행의 시간으로 바꾸었다. 일찍부터 시작된 책 읽기로 혜원이는 어느 정도 속기를 혼자 터득할 수 있었다. 


내가 재혼을 한 후 남편과 나는 주말에도 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날이 잦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서 따분히 지내는 게 내 맘에 무척 걸렸다. 하지만 Rick은 따분해지면 마음이 고삐를 풀고 여기저기 헤매다가 결국 두뇌 속 깊게 숨겨진 창의성을 머리밖으로 끄집어 내게 된다며 아이들에게 따분한 시간을 주는 게 결코 나쁘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걸 주입시키면 창의성을 시도해 볼 기회가 없어진다는 거다. 100% 한국 교육을 받은 내가 그의 말에 동의할 리가 만무했고 나의 불평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멍 때리기나 나 자신을 지루하게 만들어 아이디어를 내는 효과에 대한 연구가 많다. 허핑턴 포스트에 실려 있던 연구에 따르면 지루함이 계속되면 뇌에서 오히려 자극을 원하게 되어 사람을 창조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워런 버펫 Warren Buffett은 19살 때 엄청 무료한 "Security Analysis, 증권 분석"을 12번 이상이나 읽은 것이 본인만의 투자철학의 기초를 만든 인생의 최고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같은 책을 12번씩이나 읽으며 책 내면의 내용과 본인의 창의적인 분석까지 합한 천재적인 투자철학을 일궈 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도 어릴 때 여름 방학 동안 시골 할머니 댁에 가 있을 때면, 산에 올라가 땅에 기어 다니던 곤충들을 하루 종일 쳐다볼 때가 대부분이었고, 끝없는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수시간동안 자전거를 타며 박 목월시인의 시를 죄다 외우던 때가 있었는데 이처럼 모두에게 어릴 적 혼자서 무언가에 몰두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녀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뭔가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여기서 경험하는 창의력이야말로 자녀들의 학습에서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게 두뇌를 자극하여 여러 분야에 관심을 이끌어 내도록 도와줄 것이다.


근육 운동을 할 때도 짧게는 2-3일 길게는 3-4일에 한 번씩 충분히 근육이 회복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학업에서 가끔씩 벗어나 본인의 취미나 하고 싶은 활동에 몰두하면서 전체적인 두뇌의 마사지를 하도록 유도하는 건 어떨까?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은 길고 지루한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시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수많은 의학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은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을 지나듯 따분함과 지루함의 연속임이 분명하다. 워런 버핏처럼 따분함을 오히려 창의성으로 발휘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열정을 갖고 하고자 하는 일의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밟아가며 성취해 나가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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