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제목을 읽고,
소수인종 대학입시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은 1961년 3월 6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인종간 평등을 증진시키기위해 사인을 하면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였으며 6월 29일 미국 대법원이 하버드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상대로 대학 입시에서 흑인과 라틴계 등 소수 인종에 대한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그 논쟁은 더욱 거세졌다. 판결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후, 한국의 유학 학원이나 유투브 영상들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학생들에게 주어졌던 혜택이 줄어들면 미국인과 아시아계,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 되는지, 입학 학교를 고려할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재빨리 내놓았다.
난 이 정책이 옳다 그르다 할 만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딸애가 2022년 8월 하버드 의대에 입학이 결정되고 부모들이 함께 하는 화이트코트 세리머니(White Coat Ceremony)에 참석하면서 느꼈던 내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2022년 하버드 의대 입학통계를 살펴보면 9,000여 명의 학생들이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850명이 인터뷰를 본 후 2.7%의 경쟁력을 뚫고 최종 164명의 신입생이 선발되었다. 화이트코트 세리머니를 하는 동안 캠퍼스 내에서 난 10명 이상의 한국 신입생을 만나서 내심 놀랍기도 했고 또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딸애는 16명 정도의 한국 학생이 있다고 하니 거의 입학생의 10%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국 학생들이 학업적으로 월등하게 우수하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전 세계의 내놓으라 하는 학생들이 신청하는 하버드 의대에 한국인 학생의 10% 진학이면 입학조건에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화이트코트 세리머니가 시작되고 조지 데일리 Dr. George Q. Daley 학장님의 환영사와 여러 VIP 인사들의 축하연설 후 신입생 개개인이 단상에 올라와 교수님께서 입혀주는 의사가운을 걸치고 자기소개와 함께, 소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와 본국 언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부모님, 가족, 친지, 친구와 멘토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중 빨간 실크 원피스를 입은 여학생이 환한 웃음을 머금고 단상에 올랐다.
말리키아라는 학생은 카리브제도의 한 작은 섬 트리니다드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어릴 때 의사가 되고 싶다는 미래의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태어날 때 한 손만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된다는 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에게도 불가능하게 보였다고 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나 자신이 우수하지 않다고 여기며 불안감을 느끼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으로 성장 과정에서 겪은 괴로움과 고통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움과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뒤로하고 7년 전 혼자서 미국땅을 밟았고 드디어 그녀는 하버드 의대 강당 단상에 서게 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되는 이 시점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서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I am here, so thank you for this moment"라고 이야기하는 말리키아를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꿈을 위해 도왔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녀의 가슴 벅찬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그녀가 이끌어 낼 숨겨진 그녀의 맨파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대우받아야 함"을 나 역시 공감한다. 전 미국 대톨령 오바마와 함께 소수인종 대학입시 우대 정책의 후혜자로서 말리키아가 본인의 공부를 마치고 본국에 가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자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때 우리는 개개인의 경험을 넘어선 인류 평등과 발전에 기여하는 귀한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하버드 의대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하버드 의대가 내국인과 같은 조건으로 외국인 입학 원서를 접수한다는 데 대해 대단히 오픈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신청학생들의 경제적인 상황 및 재정 지원 신청은 입학 결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하버드가 국제학생을 위한 장학금과 취업제도를 따로 마련한 정책은 진정 전 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함이요, 하버드의 다양성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 진정된 노력으로 보였다.
25년 전 캘리포니아 대학들은 이미 이 정책을 입학사정에서 제외하였다. 많은 기금을 들여서 25년간 그 후의 발전상을 기록화했는데 정책 폐지 후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게 지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공정한 입학 학생 연대(Students for Fair Admissions, SFFA)는 보수적 법률 전략가인 에드워드 블럼 Edward Blum이 이끄는 비영리 단체로 약 2만 명의 학생이 멤버이다. 미국의 학부생이 1,500만 명, 석사과정이 3백만 명임을 가만할 때 SFFA의 목소리가 미국의 교육 정책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이번 미국 대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준비된 한국 학생들을 위해 하버드는 항상 그 문이 활짝 열려 있음을 내 경험으로 느낄 수있었다.
하버드는 대법원의 판결을 따를 것이지만 다양성에 관한 정책은 계속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냐면 미국은 진정으로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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