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리틀락은 한번 비가 오면 세차게 쏟아진다. 어느 날 새벽 5시쯤 릭이 날 조심히 흔들어 깨웠다. 눈을 반쯤 감고 있는 날 보며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같이 듣고 싶어" 하는것이였다. 릭은 내 손을 끌고 건물 코너로 가서 우리 둘은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배수구를 타고 콸콸 쏟아져 나오는 빗물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도대체 "새벽녁에 뭘하는거야 .." 라며 퉁했던 내얼굴은 어느새 호기심 가득한 개구쟁이 얼굴로 바껴있었다. 흐르는 물에 손을 넣어 물결이 갈라지도록 해도 물살은 아랑곳하지 않고 갈길을 쭉쭉 잘도 뻗어 나갔다. 나무작대기로 둥글둥글 소용돌이도 만들며 둘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우리만의 추억을 만끽하였다.
릭이 준비한 커피와 오렌지로 아침을 맞이하고 나의 아메리칸 브렉퍼스트(계란, 베이컨, 토스트)를 맛있게 먹으며 "I am the luckiest person in the world."라고 속삭여주던 릭이 오늘은 무척이나 그립다.
릭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1년이 지났다. 릭은 이렇게 모자를 쓰고 벤조를 연주하며 음악을 즐기기를 좋아했다. 컴퓨터 보다는 도면을 손수 그리며 건축주의 의견을 수렴하려 애쓰는 건축가였다. “ I love what I am doing!”이라고 이야기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항상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응원해 준다. 지금도 내가 주춤주춤할때면 그 센 물줄기가 나를 떠밀어주는 기분을 가끔씩 느낀다. 릭이 있는 이곳 리틀락은 나에게 언제나 기다림이 있는 고향이다. 릭, 생일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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