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님에게
지난 50년 동안 내 취미는 책 사기와 책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여행으로 나름대로 즐기며 살았다. 누군가가 여행은 이동하면서 하는 독서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는 말했다. 여행하면서 책 사기와 책 읽기와 글쓰기를 병행함으로써 4개의 취미 생활을 동시에 즐기는 법을 터득하였다.
가톨릭 신자가 되려고 교리를 공부하던 내가 아내와 함께 33일 동안 800km를 완주하면서 170개의 마을과 300개 이상의 중세 및 가톨릭 유산과 유적을 주마간산하고 돌아왔다.
산티아고 프랑스 순례길에 관련된 스페인의 역사와 종교유적을 눈팅으로 일관하였으며 그곳에서 일어난 기적과 전설은 상당 부분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련된 문학작품이나 영화도 떠나기 전에는 그 내용을 몰랐지만 순례 도중이나 그 이후에 취미 활동을 하면서 많은 정보나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그 내용을 정리하여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책으로 출간하였다.
그동안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를 담은 책들이 꽤 많이 출간되었다. 그것들은 주로 일기체이고 기행문으로 매일 순례자들과의 어울리는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나날의 즐겁거나 고생스러운 에피소드를 담는데 주력했다. 나 또한 기껏해야 상대방의 호구조사나 어정쩡한 농담 따먹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순례자 작가들이 소극적으로 다룬 '인문학'에 초점을 맞추어 집필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산티아고 프랑스 순례길(El Camino Francés)에 연관된 인문적 지식인 지리, 역사, 문화, 문학, 영화, 종교, 전설이나 기적을 최대한 연관시켜 '순례길'의 실상과 내면을 보다 깊숙하게 들여다보는데 역점을 두었다. 다만,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마을과 도시의 지리와 역사, 문화, 예술, 전설과 기적에 대하여는 다음 세 권의 원서를 전적으로 참고하였다. David M. Gitlitz와 Linda Kay Davidson가 쓴 "The Pilgrimage Road to Santiago: The Complete Cultural Handbook" (Woodson Publishing, 2000)와 John Brierley의 가이드북인 "A Pilgrim's Guide to the Camino de Santiago (Camino Francés, 2022)"에서는 산티아고 프랑스 길을 따라가며 만나는 지방과 역사적 배경과 마을들의 유래와 종교적 위상과 여러 전설과 기적, 샘과 분수 등에 대한 정보를 참조하였다. 그리고 Phil Cousineau, "The Art of Pilgrimage: The Seeker's Guide to Making Travel Sacred"(Conari Press, 1998)은 산티아고 프랑스 길을 걸으며 만나는 미술과 건축 작품들이 어떻게 신앙과 예술이 결합되는 배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순례길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했고 이 책을 쓰는데 필요한 기억을 재생해 준 나의 영원한 동반자인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나의 순례길에서 얻은 인문기행의 지식과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세상의 평화를 도모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으로 생각한다.
2024년 11월 초하루
야고보 이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