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인문기행』
16. 순례길 식당 이용법
(제14일 차 / 오르니요스~카스트로해리스)
♧ 오늘의 코스
오늘(10.8) 이동경로는 오르니요스 델 카미노(Hornllos del Camino)를 출발하여 ▷ 산 볼(San Bol) ▷ 온타나스(Hontanas) ▷ 산 안톤 아치(Arco de San Anton) ▷ 카스트로헤리스(Castrojerz)까지 19.9km 거리를 4시간 30분 동안 3만 5천 보를 걸었다.
원만한 오르막길이며 비교적 짧은 거리라서 별로 고생하지 않았다.
♧ 메세타 평원을 걸으며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라고는 멀리 지평선이 희미하게 보이고 눈앞에는 끝없는 밀밭뿐인 메세타 평원에 진입했다. 순례길은 메세타 평원을 가르며 손금처럼 뻗어나가고 있었다. 스페인 면적의 5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한 메세타 지역. 카미노데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 중에서 만나는 풍경 중에서 가장 단조로웠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다는 구간으로 유명하다. 멀리 지평선이 보이지만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감도 잡을 수 없다. “메세타 고원”은 정신적 도전을 하는 곳이다. 많은 순례길 베테랑들은 이곳이 ‘맨 오브 라 만차’, 즉 돈키호테의 구간이며, 심리적으로 가장 어려운 구간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산맥은 스페인의 고원지대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가 하면 어떤 산맥은 고원지대 안으로 들어와 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선험자들은 이곳이 힘이 드니까 자동차를 타고 점프하라는 충고가 넘쳤다. 실제로 시간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박약하거나 신체 조건이 안 좋은 순례자들은 메세타 평원을 피해서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순례자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진 것이라고는 시간 밖에 없어서 메세타 평원을 걸어서 통과하기로 했다. 이미 험한 길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단단한 각오로 걸음을 옮긴다.
일찍이 미국 네바다 사막과 중국의 실크로드인 우루무치에서 신장까지 사막을 걸었던 경험 때문에 사막보다는 한결 쉬울 것이라는 생각 했고 동시에 완주를 각오했다. 다만, 내 나이가 그때보다는 10살이나 많다는 사실은 잊어버렸다.
메세타 평원메세타 들길은 평지나 다름이 없지만 햇볕을 가릴 만한 나무 그늘이 전혀 없고, 아기자기한 오솔길도 없다. 걷다가 피곤해서 깔고 앉을 만한 돌멩이도 보이지 않는다. 깔판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맨땅에 주저앉을 수도 없다. 들판은 온통 갈색 도화지들이 햇빛을 안은 채로 펼쳐진 모습이다. 쓸쓸한 평원에 녹색 가운을 입혀보는 재미를 즐기며 걷고 있다. 길은 외길이라 한 시간 이상 이정표를 무시해도 괜찮을 것 같다. 젊은 순례자들은 핸드폰을 감상하면서 걷기도 했다.
자갈들이 발길에 채일 뿐이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넓이의 이 길을 차를 몰고 지나가지 않고 다만 자전거를 탄 순례자들만 큰소리로 휘파람으로 자기들의 존재를 알리며 지나갔다. 자전거를 탄 순례자들은 “브엔 까미노”는 걸어가는 순례자들에게 길을 비켜달라는 신호였다.
어릴 적 읍으로 초등학교를 다니느라고 깡촌의 신작로를 팍팍한 걸음으로 걷는 기분이다. 하지만 휴대폰을 끄고 걸으면 명상하기 딱 좋은 길이다. 걷는 도중에 미국에서 온 76세의 한국교포 노인을 만났다. 그 할머니는 네 번째 산티아고를 방문했다며 걸음이 무척 빨랐다. 한번 와서 100km씩 걷고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도착지의 알베르게에 짐을 맡겨 놓고 언덕에 앉아 있는 낡은 토성으로 올라갔다. 그 성은 주변에서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했지만 폐허상태였지만 거센 바람이 더위를 안고 떠났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 성모 마리아와 야보고의 현현
옛날, 카스트로헤리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라 많은 순례자들이 지나가는 중요한 마을이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카스트로헤리스에 도착했다. 그들은 매우 지치고 배가 고팠지만, 마을은 기근으로 인해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 순례자들은 마을의 성당에 모여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성당 안에 있던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빛으로 감싸이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모 마리아는 순례자들에게 나타나 그들의 기도를 들었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성모 마리아는 그들에게 자신을 믿고, 신뢰할 것을 당부하며, 곧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로 그 순간, 성 야고보(Santiago)가 나타났다. 그는 순례자들의 어려움을 보고 기적을 일으켰다. 성 야고보는 마을 주변의 땅에서 풍부한 식량과 물이 나올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렸다. 순례자들은 기적적으로 생겨난 음식과 물로 배를 채울 수 있었고, 마을 사람들도 기근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 기적을 통해 카스트로헤리스 마을은 성모 마리아와 성 야고보의 축복을 받은 특별한 장소로 여겨지게 되었다.
옛날, 카스트로헤리스 마을에는 ‘산 아밀로’라는 성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매우 경건하고 신실한 인물로,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랐다. 산 아밀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라 많은 순례자들을 돕고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카스트로헤리스에 도착했을 때 매우 지치고 굶주려 있었다. 산 아밀로는 그들을 환영하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그날 밤, 산 아밀로는 순례자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자신의 침대를 내어주고, 자신은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순례자들이 잠든 후, 산 아밀로는 기도를 하며 그들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했다. 그때 갑자기 그의 방에 밝은 빛이 비치며, 성 야고보(Santiago)가 나타나 산 아밀로의 신실함과 자비심에 감동하여 그에게 축복을 내렸다. 이후 산 아밀로는 더욱 헌신적으로 순례자들을 도왔다.
♣ 스페인 음식 챙겨 먹기
순례길 33일간 걷는 순례자라면 순례길에서 매일 평균 25Km 하프 마라톤 코스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삼시 세끼를 꼭꼭 챙겨 먹어야 하고, 중간중간에 간식을 해야 걸을 수 있는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발견되는 식당의 종류는 대체로 바,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있으며 그 특성은 다음 <표-1>과 같다.
<표-1> 스페인 식당의 종류
나는 지난 세월 해외여행을 하면서 터득한 팁을 바탕으로 순례길 식당 이용 방향을 설정하였다.
첫째, 구글 맵으로 당일의 순례길 코스에 있는 평판이 좋은 맛집을 찾았다. 음식점은 고객의 평판을 무시할 수 없다. 매일 다른 목적지에 있는 식당을 찾아 영업여부와 식사 가능시간(아침, 점심, 저녁식사 시간)과 시에스타시간(오후 1~4시)을 체크했다. 예약을 요구하면 휴대폰으로 예약했다.
음식의 구분은 바, 카페나 레스토랑 입구에 게시된 메뉴표를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여 식재료를 파악해서 음식의 감을 잡았다. 특히, 게시판에서 오늘의 메뉴 <델 디어(코스 요리)>＝ <순례자 메뉴>를 확인한다. 음식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하여 설명과 이미지를 찾아 자료와 양념을 파악하여 머릿속에 넣어 두었다.
둘째, 식당매너를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했다. 식당에 들어가면 웨이터에게 몇 사람인지를 말하고 자리를 청했다. 자리를 내가 챙기지 않고 웨이터의 안내를 따라 자리를 잡는다. 음식주문으로부터 나오는 시간까지 한민족의 빨리빨리라는 개성의 발휘를 지양하고 스페인 매너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음식에 대한 정보는 미리 공부하고 식탁에서는 곧바로 주문하였다. 코스 요리는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후식을 주문하면서 계산서를 같이 요구하면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종업원에게 팁은 서비스하는 거 봐서 주곤 했다. 순례길에 있는 레스토랑 대부분이 한 사람 아니면 두 사람이 1인 3역이나 2인 3역으로 서비스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식당에서 우리의 행동지침을 제정했다. “빨리 가려면 굶고 가고, 굶지 않으려면 느긋하게 가라.”
셋째, 아침식사(9시~12시)는 바나 카페를 이용해서 간단히 때웠다. 아침을 제공하는 알베르게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 편리하다. 식당 메뉴를 보고 음식+음료수가 하나씩 골라 조합하여 아침 식단을 만들었다, 가격은 3.5€ 안팎으로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한 수준이다(<표-1> 참조).
<표-1> 바와 카페 음식 종류
넷째, 점심(1시~)은 코스요리인 < 메뉴 델 디어>=<순례자 메뉴>중에서 골랐다. 나와 아내는 처음 5일간은 서로 다른 음식을 주문해서 한꺼번에 여섯 가지 음식을 맛을 보고 대강을 파악하려고 시도했다. 예컨대, 전채요리로 남편은 수프, 부인은 샐러드를 시키고 물은 돈을 받으니까 확인해야 한다.
<표-2> 레스토랑의 음식 종류
메인요리는 남편은 네발 달린 육류, 부인은 생선을, 후식은 남편은 아이스크림, 부인은 커피를 시키면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다. 처음 5일 동안 순례길 음식을 맛을 보고 감을 잡았고 그 이후부터는 각자 기호에 따라 음식을 시켜 먹었다. 끼니마다 음식량이 많아서 점심과 저녁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저녁에는 술이나 차를 마시기로 했다.
다섯째, 저녁(8시 이후) 식사는 그 마을이나 도시에서 토속 맛집을 찾아가서 식도락을 하기로 했다. 이런 식당은 알베르게 관계자나 마을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찾아가면 만족스러웠다. 가능하면 각자 스페인 대표 음식을 단품으로 주문하여 먹었다.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지방별 대표 메뉴와 그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여섯째, 간식(1시~8시)은 미리 준비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입했다. 간식거리는 사탕, 초콜릿, 바나나, 콜라, 과일 등이 좋은데 슈퍼나 마켓에서 미리 구매하는 것이 좋다. 순례길을 걷는 도중에 영업 중인 바나 푸드 트럭이나 도네이션 바에 간식을 사 먹어보는 것도 여행자의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도네이션 바에 나오는 음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먹고 기부하는 것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나눔을 보람으로 아는 것처럼 나도 기부를 즐기고 싶다.
일곱째, 한국 식당을 놓치지 않았다. 나와 아내는 한식에 목을 매달지 않는 체질이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하면서 입이 세계화되어 있었지만 매일 목적지에 한국식당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체크했다. 순례길에 라면 파는 집은 꽤 있었다. 다만, 라면 두 개로 세 그릇을 만들어 한 그릇에 6천 원씩 받고 팔았다. 한국식당도 예약이 필요하다면 예약해야 한다.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가 통사정해도 소용이 없어서 되돌아온 적이 있다. 한국식당도 영업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찾아가야 한다.
여덟째, 5일에 한 번쯤은 음식을 셀프 조리해서 먹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걷다 보면 아내가 해주는 집밥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시니어들 중에서는 나보다 절실한 사람들이 많다. 식당에서 매식을 하면 1인당 15€가 들어가는 데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5€로 정도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취사를 할 수 있는 알베르게를 고르거나, 아파트형 숙소를 골라 예약을 해야 한다.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스페인 삼겹살은 베이컨용이라 소금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구운 고기에 소금을 뿌리면 안 된다는 상식을 모르는 사람도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식당에서 쓰는 기초 스페인어 단어를 공부해야 했다. 스페인 말을 못 하고 못 알아듣기 때문에 일단 영어로 소통을 시도하되 영어가 통하지 않으면, 통역기를 들이 밀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페인 공부를 약간은 해야 할 것 같아 시간 나는 대로 스페인 단어 공부를 했다. 나처럼 공부가 취미이고 직업인 사람들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이마저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생각을 정리해 보니 최소한 1) 문자 발음이 영어 발음과 차이가 나는 것 2) 숫자는 1~10까지, 음식이름 10개, 식당 관련 회화는 10개 문장 정도는 암기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