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는 도구이다.

분석가의 원칙 - 1 : 나를 도구화시키기

by Hyun Lee
L'instrument, c'est l'analyste(분석가는 도구이다).


분석가는 분석적 실천에 있어서 도구 그 자체이다. 분석가는 자기 자신을 가지고 작업한다. 이때 사용되는 '자기 자신'은 분석가 자신이 겪은 분석 과정을 마친 후 남아 있는 어떤 것이다.


분석가는 그 잔여물, 즉 분석가 자신의 주이상스(항유)의 조밀한 핵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라캉이 도입한 파스(passe)는 이 주이상스를 고백함으로써 그것을 하나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다.


파스는 주체가 자신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신비와 자신의 분석을 통해 이 고통이 어떻게 완화되고 신비가 어떻게 발견되었는지에 대한 증언을 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험은 수학소(mathème)이 되어 가르침의 자료가 되며,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깃거리로 변모한다. 분석가에게 정신분석을 재창조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재창조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파스는 바로 이 재창조를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분석가는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거나 해석을 제공하는 인물이 아니다. 분석가는 분석을 통해 획득한 잔여의 자리를 살아내는 자이다. 분석가의 말은 '주체'가 아니라, 그 주체가 통과한 결여의 자리, 즉 분석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실재의 흔적이다. 이 잔여의 실재는 그 자체로 분석의 원동력이 된다.


분석가는 지식을 전달해주는 좋은 대상(bon objet)이 아니라, 주체가 자신 안에서 마주해야 할 불가능한 것, 즉 욕망의 근원인 대상 a의 자리를 점유한다. 그래서 분석가는 동일시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동일시의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장치로서만 기능해야 한다. 분석가의 말, 침묵, 몸짓, 시선 하나하나는 분석가가 남겨진 잔여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증언이 된다.


그래서 분석가는 성공의 도구가 아니라 추락(chute)의 도구이다. 분석의 끝에 남는 것은 완전한 이해나 통합이 아니라, 결여와 욕망의 구조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존재 방식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