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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춤 Jul 19. 2024

가장 부서지기 쉬운 마음

-독일 여행기 1 상편-

○가장 부서지기 쉬운 마음 – 상○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한 달간 독일에 다녀왔어요. 이 만화는 그 사이 빗어낸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월의 2주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와 지내고 5월의 2주는 독일에서 지내는 친구를 만나 함께 지냈어요.


한국에서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사실 마음속엔 회피의 마음만이 가득했습니다. 아마 겨울을 지나며 몇 달간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주 힘든 날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산책을 자주 하며 계속 걷고 걸으며 목적지 없는 산책을 이어가며.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날엔 그런 마음을 잘 숨겨두었고 슬픔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늘 그렇듯 밤이 긴 겨울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이런 기분은 또 새로워서 나는 이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나도 나를 모른다는 일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바쁘고 지친 날들을 쪼개어 무척 욕심을 낸 채 독일로 향했습니다. 아끼는 나의 친구들과 멋진 풍경 그리고 일상을 바라보며 원기옥 마냥 모아둔 슬픔을 날려버릴 심산이었는데 예기치 못하는 일이 터지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는 듯 사건들이 일어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느렸던 나는 도미노 치듯 무너져 내려버렸어요. 작은 일에도 힘이 부쳐서 잠도 많이 자고 밥도 많이 먹고, 그런 나를 친구는 많이 걱정해 주곤 했습니다.

나의 친구는 기록을 특히 일기를 참 잘 써요. 기억력이 좋아서 몇 달 전의 여행 일기를 쓰던 중이었던 그녀의 그런 모습을 자주 접해서 그런 걸까, 나도 그녀를 따라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느린 속도로 얼마 안 채워지던 노트는 어느새 한 바닥을 글로 채우고 그 뒤로도 수십 장의 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날의 일기를 들추며 만화를 쓰는 일은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만화 속 글을 썼다 지웠다 하며 한 달 만에 끝내자는 마음을 먹었고 이렇게 보여드리게 되었어요, 어쩌면 개인적인 일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것은 스스로 용기를 낸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감정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길로 들어서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직도 나를 모른다는 일은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 봅니다.


*<가장 부서지기 쉬운 마음> 만화는 상편과 하편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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