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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알려준 사랑

by 리즈

기적을 바랐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속 깊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2시간 남짓 남았다는 말을 중환자실 의사로부터 전화받고, 하필이면 강추위, 밤 11시 강릉으로 가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해 준 남편과 규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망선고를 받고, 누워있는 로지나를 영상으로나마 보여 달라고 요청했는데 안된다는 병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책임자에게 제발 한 번만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이런 딱한 사정을 알고 마침내 허락해 주었고, 가족들은 네팔에서 영상으로 딸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광경을 너무나 슬퍼서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멀쩡 했던 로지나가 병원에 1월 7일 입원하고, 3일 동안 중환자실에 있다가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로지나를 저 멀리 하늘나라로 보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간절한 요청으로 인해 간신히 병원비도 감면받았다. 사망 선고가 나오면 아무것도 정정할 수 없다는 병원의 단호함에도 불구하고…. 병원비가 없어 학생들의 기부로 병원비를 내야 한다는 딱한 사정을 알았는지… 병원비를 지불하고도 하루 뒤에 기적적으로 병원 원무과에서 전화가 왔다. 믿을 수가 없을 만큼 감사한 일이었다.


네팔인 동료 교수가 보낸 문자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It was very very good news for us, at least it will help Rojina's family. Thank you for your tireless support. The Nepalese community will remember you always. God bless you and your family.”


보호자도 없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던 로지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이로 인해 주변인들의 사랑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로지나가 우리에게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줬지요. 우리 이런 힘으로 좀 더 좋은 선생이 되어갑시다.

교수님이 함께 계심이 감사입니다.”


나 또한 이교수 님의 문자를 되새기며,

여기에 있는 동안은 앞으로도 내 학생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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