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노비따스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언젠가는 너희들이 이 글을 한 번쯤은 읽어주길 바라며...
가평에 소재한 노비따스 음악중고등학교에서 3년째 봉사하는 진로 교사 리즈입니다.
저는 학교가 개교하기 전부터 학교에 봉사하기 위해 노비따스 음악학교를 지켜봐 왔으며 개교 후에서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학생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15개월 딸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쓴 시점 우리 딸은 막 23개월이 되었네요).
노비따스에서 봉사를 시작한 후로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이가 생겼고 코로나 시기에 만삭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서울에서 가평까지 오가며 진로 교사 봉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 2개월 뒤 학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온전한 육아 휴직도 갖지 못한 채 50일도 안 되는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아기 띠 한 채로 노비따스 음악학교로 봉사를 다녔습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봉사를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는 저의 귀한 딸만큼 노비따스 아이들도 소중하고 아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내가 소중한 내 딸을 품고 있을 때 그리웠던 나의 엄마의 기억을 떠올리며 너희들에게도 꼭 그런 마음속의 엄마 같은 존재가 영원히 되어 줄 수 있기를.....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해 초반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시설 아이들을 오랜 시간 봐 오신 안드레아 신부님께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초반에 학생들과 친해지겠다는 저의 큰 욕심에 웃으면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친근한 마음에 스킨십으로 웃고 장난치며 등을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학생은 저에게 갑자기 정색하며 선생님 왜 때려요 하면서 되물었습니다. 그때 친근감으로 스킨십하는 것도 이 아이들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제야 이 학생이 생활하는 보육원의 학생들은 폭력이 난무하고 수시로 자살을 하는 시설이라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으며 내가 친근감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내 의도도 이 아이들에게 왜곡되어 보여 질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아이들의 환경을 더 이해하고 마음을 헤아려 주고자 노력했으며 아이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저에게 장난을 치고 말을 걸며 봉사를 가는 매주 수요일에는 아이들이 저와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지 어느덧 3년째입니다. 노비따스 음악학교라는 곳에서 나는 나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더불어 내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해 배웠습니다. 내가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한 것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우리가 이 어려운 세상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배워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2번째 정기 연주회를 열었고...
나는 시작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로부터 시작한 합창곡은 윤도현밴드의 "흰 수염 고래"를 부를 때쯤에 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어린 딸을 일찍 어린이집에 맡기고 가평으로 향하는 길이 가끔은 귀찮고 내가 뭐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잠깐 들다가도 막상 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조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마음이 싹 가시곤 했습니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체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함께 노래하고 합주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함께한 3년이라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이 학교를 세우신 안드레아 신부님의 노고가 생각나서 마음이 시리도록 아팠습니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지만 언젠가는 다시 이곳에 돌아오실 날을 기다립니다. 고대합니다.
난 학생들에게 항상 "코이 물고기 이야기"와 BTS의 "Answer : Love Myself”를 들려주곤 했는데... 이제 앞으로는 "흰 수염 고래" 노래 가사를 더 들려줄 생각입니다. 가사 왜 이렇게 눈물 나게 아름다운 거니...
YB(윤도현 밴드)-흰 수염고래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으면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 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더 상처받지 마 이젠 울지 마 웃어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그런 사람이길
가사 -YB(윤도현 밴드)-흰 수염고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