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유튜브 컨트리뷰터 / 사이시옷
최근 WIRED의 보도로 인해 유튜브는 다시 한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Go Cat’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이,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영상에서 인기 캐릭터들을 생성형 AI로 가공해 폭력적이거나 부적절한 장면을 묘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엘사, 미니언, 토마스 기차와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설정은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라 보기엔 충격적이다.
해당 채널은 약 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퍼졌고, 영상들은 겉보기엔 “재미있는 이야기와 변신”이라는 설명으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기괴한 상황 연출과 아동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이번 사례는 2017년 유튜브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엘사게이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생성형 AI와 콘텐츠 생산 환경의 변화
최근 몇 년간, 생성형 AI 기술은 영상 콘텐츠 제작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과거에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수작업으로 수백 컷을 그리고 편집해야 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텍스트 프롬프트 몇 줄로 이미지와 영상을 자동 생성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분명히 창작의 접근성을 넓히고,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유튜브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유튜브 역시 AI 기반의 더빙, 배경 생성, 편집 기능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제작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콘텐츠 다양성과 창의성을 이끄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2차 엘사게이트’ 사례가 보여주듯, 이 기술은 동시에 콘텐츠 제작의 윤리적 기준을 시험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이제는 불과 몇 분 만에, 수십 개의 영상이 제작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영상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과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그 생성자가 콘텐츠를 실제로 ‘보지 않고’ 업로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속도는 빨라졌지만 검토는 느려진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게 콘텐츠가 도달한 후에야 문제를 인지하는 ‘사후 대응’ 중심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의 발달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기준과 체계를 함께 세우는 일이다. AI가 만든 콘텐츠라 할지라도, 유튜브의 기본 철학인 시청자의 신뢰와 안전이라는 원칙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창작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그 창작물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제작 문화와 감시 체계를 함께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유튜브의 대응과 시스템 진화 필요성
이번 사례에서 유튜브는 빠르게 대응했다.
해당 채널의 문제 영상이 언론에 의해 지적되자, 즉시 아동 안전 정책 위반 여부를 검토했고, 결과적으로 몇몇 채널의 수익 창출을 중단하거나, 콘텐츠를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 해당 채널은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확인된다.
유튜브는 이어서 “콘텐츠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는 상관없이, 아동 안전 정책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도, 플랫폼의 핵심 정책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유튜브는 올해 3월, 아동·가족 콘텐츠 제작자들과 함께 ‘Youth Digital Wellbeing Initiative’를 출범시키며, 보다 건강하고 고품질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차원을 넘어, 콘텐츠의 질적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유튜브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술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사후 대응 외에도 보다 선제적인 시스템 정비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AI 기술의 올바른 활용과 제작자의 책임
생성형 AI는 분명히 콘텐츠 제작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주는 강력한 도구다. 텍스트 프롬프트 몇 줄로 이미지를 만들고, 몇 분 만에 영상 시안을 생성하는 시대—이는 그동안 영상 제작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수많은 이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유튜브 역시 이러한 기술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상 더빙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AI 더빙 도구나, Shorts 제작을 돕는 편집 자동화 기능 등은 실제로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는 ‘사람과 기술이 협업하는 콘텐츠 제작 시대’를 향한 유튜브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AI 기술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에 사용될 때는 이야기의 무게가 달라진다.
단순한 재미나 조회수를 넘어,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특성상, 제작자가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대량으로 업로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의도치 않게 부적절한 장면이 포함될 위험을 높이며, 결국 플랫폼 전체의 신뢰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지 기술 사용법만이 아니라, 책임 윤리에 대한 인식도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유튜브는 앞으로 AI 기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아동 콘텐츠를 다루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검토 기준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AI 생성물임을 명시하는 표기, 아동 콘텐츠에 대한 검토 체크리스트, 반복 위반 시의 단계적 제재 등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다.
google 인증 공식 유튜브 컨트리뷰터 / 사이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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