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이 Feb 01. 2022

그때의 기분

치즈 - 오늘의 기분

*치즈 - 오늘의 기분 뮤직비디오를 보고 적은 글입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치즈의 Loser 뮤비가 상당히 뽀짝하길래 이 노래의 뮤비도 보게 됐다. 물론 Loser의 뮤비가 충분히 재밌었다는 것이 계기였다. 오늘의 기분, 이 노래는 당연히 알고 있었고, 치즈 노래는 한 곡 재생으로도 자주 듣는 노래라서 목소리고 상당히 익숙했다. 다만 ㄴ상상도 못 한 뮤비 내용ㄱ에 갑자기 뮤비 해석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치만 해석하기 위한 뮤비라기보다는, 그저, 보는 내내 즐거웠고 즐거운 뮤비로 남았으면 좋겠다. 조금 거창하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나만의 상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다들 한 번쯤 떠올려 봤던 이야기였구나. 싶었다.


나는 꿈을 정말 자주 꾸는 편인데, 꿈에서 나는 종종 학생으로 등장한다. 교복을 안 입은 지 꽤 오래됐는데도 학창 시절은 내 무의식 속에 꽤나 깊이도 박혀 있는 것 같다. 학생으로서 할 일을 하다가도, '근데 내가? 수능을 봐? 내가 대학을 또 간다고?' 내지는, '내가 시험을 봐? 시험 범위가 어디... 근데 이거 망해도 상관없지 않나, 나 대학 졸업장이 있는데?'라는 식으로 현실의 나를 떠올리는 순간 자연스럽게 꿈에서 깬다. 오늘도 하굣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근데 나는 한국에 안 사는데...?'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깼다. 꿈에 나오는 친구들도 그때그때 다르다. 가끔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초등학교 남자 동창이 나오기도 하고, 나를 힘들게 하던 동창들, 이름만 겨우 생각나는 아이들이 나오기도 한다. 꿈에서 깨면 늘, '그때 걔 지금은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그냥 궁금해하다 또 금세 잊어버리긴 하지만.


요즘 유난히 '그 시절' 이야기에 쉽게 빠져드는 것 같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나이에 가까워지는 걸까. 그러고 보니 다음 응답하라 시리즈는 2002년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얘기가 었는데 어떻게 됐을까? 응답하라 시리즈는 조금 많이 지난 것 같고, 요즘은 문명특급의 컴눈명 덕분에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재재 온냐의 또래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어느 정도는 시대를 공유했으니까 문특에 나오는 곡들을 들으면 자연스레 그때 그 분위기, 그때의 내 모습이 같이 떠오르곤 한다. MP3로 노래 듣던 시절, 전자사전으로 라디오 몰래 듣던 그 시절. 그때 정말 공부도 열심히 했고, 좋아하는 것도 참 많았는데. 생각해 보면 가장 충실하게 살았던 때인 것 같기도 하다. 왜,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우는 마법소녀는 늘 10대 소녀라고. 그 나이의 체력이 아니면 그렇게 살 수 없다는데, 일단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요. 과거는 과거로 회상할 수 있을 때 아름다운 것 같다. 지금이야 내 기억들이 많이 닳아져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좋은 기억들이 드문드문 생각날 뿐이지. 조금만 더 생각에 빠지다 보면 꼭 힘들었던 것도 스멀스멀 생각나서 혼자 땅굴 파고 있더라. 나에게 있어서 학창 시절은 '그때가 좋았지'가 아니라 '그때 좋았지' 정도인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좋을 것도 덜 좋을 것도 없는, 그냥 그때 좋았지. 근데 그때 그렇게 시간이 멈추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 그게 건강하지 못한 사고라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시간이 잠깐 멈추는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상상을 했던 것 같다. 시간을 멈추고 잠깐 혼자서 크게 숨을 쉬고 싶었다. 주로 햇살이 비스듬히 비추는 늦은 오후 시간에 창밖의 구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밖을 바라보면 시야의 반은 늘 하늘이었다.


혼자이면서, 좀 더 완벽하게 혼자이고 싶다가도, 결국 돌아오고 마는 주인공이 너무 현실의 우리들 같았다. 코시국 비자발적 쿼런틴을 N개월 째 하다 보니까 이제는 정말 사람이 너무 만나고 싶다. 처음 보는 사람이랑 '선생님은 어쩌다 독일에 오시게 되셨어요' 하고, 하루면 까먹을 자기소개도 듣고 싶고, 혼자 유럽 여행했을 때처럼 여행객들이랑 저녁이나 한 끼 같이 하면서 그 사람의 여행 이야기도 듣고 싶다. 펍 같은 데서 술 마시다가, 영어로든 독어로든 말도 안 되는 문장에 바디랭귀지를 곁들인 시답잖은 얘기라도 나누고 싶다. 대신 모든 결말은 서로 각자 집에 잘 들어가는 것이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포인트.


언젠가 여행 일기를 읽고 네가 쓴 글은 언제나 재밌다며 읽어준 친구의 댓글을 떠올리며 오늘도 주절주절 써 보았다. 나중에 내가 읽고 재밌으면 됐지. 그런 상상을 하던 게 나 혼자는 아니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발견이었다.


위 사진은, 뮤비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작가의 이전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