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이 Jan 27. 2022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독일 생활

독일에 살다 보면 어렵지 않게 듣는 질문이 있다. 언제부터 독일에 살았어? 어느 도시에 있었는데? 뭐 했어? 그때마다 얘기한다. 2020년 2월에 왔고, 처음엔 워킹홀리데이로 왔어. 대학에 갈 생각도 있었는데 우선 이 나라가 나랑 잘 어울리는지 궁금해서 한 번 살아보고 싶었어. 그럼 이제 독일어를 할 줄 아는지 궁금해한다. 독어 화자에게는 'Ein bisschen?(조금?)'으로 대답을 시작한다. 독일어는 한국에서 B2까지 했고, 여기서도 작년에 계속 수업을 들었어. 집중 코스는 아니었지만 생활 독일어 정도는 할 수 있고, 영어가 아직은 더 편해.


벌써 독일에 온 지 2년이 되어간다. 오자마자 한 달도 안 되어서 락다운이 되었고,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은 코로나 위험 국가라는 인식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외출을 자제했다. 오랜 펜팔 친구가 기꺼이 자기의 방에 머물라며 초대해 줘서, 한동안은 그 방에 머물면서 독일식 아침 식사와 하이쭝만으로 겨울을 버티는 법을 배워야 했다. 친구는 내가 드디어 독일에 다시 왔는데, 놀러 가지도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그 원인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말이다.


한창 한 달 살기가 유행하던 때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나는 늘 학생이었고, 졸업 전에 입학이 결정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나의 뒤에 있던 배경이 사라져 버린 기분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늘 졸업을 바랐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서는 할 일이 없으니 이게 백수라는 거구나 새삼스러웠다. 학교 다니면서 조금씩 모아둔 돈을 보니 한 달 살기를 해 보고픈 마음도 들었다.... 만,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을 시도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 달 살기가 아니라 일 년 살기로, 독일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대학을 졸업했는데, 알바라도 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일은 워홀도 가능하고 난 독일어도 아예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가서 카페 알바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한국에서도 카페 알바를 해 본 적이 없다.) 아니면, 처음부터 대학원 지원을 해서 가는 건 어떨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1년 비자 받고 지낼 수 있을 만큼만 지내다 오자.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을 알아 보게 됐다.


독일 워홀을 갈 거라는 내 말에 하루는 엄마가 가서 뭐 할 거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1년 살아 보고 싶어서 간다고,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쓰기 전에 알바를 구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사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가서 한 번 보겠다고. 내가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공부하면 학비는 어쩌게?'

'글쎄. 학비는 별로 안 비싼데 생활비가 문제이지 않을까?'


엄마는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며칠 후에 다시 나를 불렀다. 학비는 대 줄 테니까, 공부를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줄 테니까 일단 가 봐라. 그렇게 유학의 꿈을 품은 워홀이 시작됐고, 나는 아직까지 독일에 있다.


* 첫 번째 글은 엄마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엄마가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발행해 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