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by 채연

첫사랑은 언제나 오래된 흉터처럼 남는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도, 그날의 공기와 빛, 그리고 그 사람의 눈동자는 희미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얼굴들을 마주하고, 새로운 이름들을 부르고, 웃고 떠들어도, 마음 깊은 곳에선 여전히 그 첫 순간이 잔잔히 울린다.

그때는 몰랐다. 그 미소가 마지막일 줄, 그 목소리를 다시는 가까이서 듣지 못할 줄. 사랑은 시작되는 순간 영원할 것처럼 뜨거웠고, 그래서 이별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삶은 늘 그때의 순수를 오래 허락하지 않는다. 말하지 못한 마음은 목에 걸린 가시가 되고, 전하지 못한 손길은 한없이 무거운 공기처럼 남는다.

첫사랑은 그래서 더 슬프다.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용기 있었다면,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 달라졌을까. 하지만 끝내 다가서지 못한 채 남겨진 공허함은, 오히려 그 기억을 더 찬란하게 만든다. 부족했기에 아름답고, 미완이었기에 오래 남는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훨씬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 그 이름 없는 계절의 한가운데로 돌아가고 싶다. 마음이 처음 떨리던 순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바라보던 그 눈빛 속으로. 다시는 닿지 못할 자리이기에, 더욱 선명하게 살아 있는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