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

by 채연

여름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세상을 달궈놓고 간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매미들이 나무껍질에 매달려 생의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헤매고, 에어컨 바람에 의존하며 이 계절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여름에게는 여름만의 관대함이 있다. 수박의 붉은 속살처럼 달콤하고, 바다의 파도처럼 시원한 위로가 있다. 저녁 무렵이면 소나기가 내려 먼지를 씻어내고, 밤이 되면 별들이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가을이 오면 세상은 조용히 옷을 갈아입는다. 녹색이던 잎사귀들이 노랑, 주황, 빨강으로 물들어가고,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길가의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노란 잎들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고, 하늘은 높고 맑아 보인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여름보다 여유로워진다. 가을은 성찰의 계절이다. 한 해를 돌아보게 하고,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게 만든다. 책상 서랍을 뒤적이고,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고, 따뜻한 차 한 잔에 마음을 기댄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공기가 달라지고, 빛의 각도가 바뀌고, 시간의 흐름조차 다르게 느껴진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순간, 우리는 계절이 단순히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리듬 자체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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