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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Sep 17. 2024

가치

나를 움직이는 가치의 근원을 찾아서.

깨닫지 못한 사이 잠에 머리를 맡기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에 눈이 따끔거린다.
매미 소리는 이제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후덥지근하고 텁텁한 것이 아직 여름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 같다. 숫자는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 자연이 언제쯤 시원한 바람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내내 굳어있었던 몸을 일으켰다. 도대체 어떤 자세로 잠들었는지 한쪽 팔과 어깨가 저릿하다. 졸음이 아직 가시지 않은 정신을 부여잡고 비틀비틀 냉장고 앞으로 걸어갔다. 찬물을 들이켜고 나서야 정신이 맑아졌다.

햇볕 냄새가 스며든 침대 위에 드러누워서는 조용히 잠을 자던 고양이를 안고,

"오늘은 좀 더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작은 소망을 입에 담아 보았다.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은 더 있다.

가치.
그래, 가치.

가치를 품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 몸을 이루고 있는 껍데기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어떠한 일이 내 삶에 이유를 불어넣어 준다면,
작디작은 그 소망이 나의 일부분이 되어 몸을 움직이게 한다면.

침대에 누운 채로 입속에서 굴렸던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그 소망이 어째서 나를 살게 하는지.

그걸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의 목표는 결국 타인과 나 자신의 행복이다. 입이 닳도록 말하는 사랑도,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대부분은 행복을 바라보고 있다.
빈 껍데기 속에 자꾸만 무언가를 밀어 넣고 채우려 하는 그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서도 자꾸만 무언가를 원하고,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에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손톱만큼이라도 가치를 불어넣고 목표를 새겨 넣으려는 나의 모습에 작은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무엇 때문에 내 삶 속에 가치를 불어넣으려 하는 걸까.

잠깐이라도 빛나고 싶어 하는 모습. 내가 하는 일이 쓸모가 있길 바라는 모습.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몇 번이나 그리고 새겨나가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자꾸만 나의 가치를 찾으려 한다.

그만큼,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 하고, 소중히 품어왔던 뜻을 이루고 싶어 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다는 걸 마음속 깊이 느끼고 싶은 것이겠지.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살아있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는 어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것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든, 지키고 싶은 꿈을 위해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나에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한다.
이러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명을 이어나갈 이유를 자꾸만 찾는다.

계속해서 가치를 찾고, 행복을 갈구하고, 이유를 묻는 것은,

그저 살아가기만 한다는 그 단순해 보이는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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