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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

by 이지원


혀가 길다.

내가 정말 죽을 사람이었다면, 지금 당장 머리부터 땅에 박도록 하지 않았을까.

뭐가 그리 남아서, 뭘 원해서 죽지 못하고 이 시간까지 살아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라는 것은 정말로 구질구질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몸에서 오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싫어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로 버티다 또다시 음식을 입에 넣었다. 끔찍했다. 나는 또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나라는 실수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입에 대어서는 안 되는데, 나는 또 내가 살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본래 느꼈던 것이 아주 흐려지고,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허울뿐인 웃음도 지어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거는 사람에게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 누구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흉측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주먹 만한 과자를 씹어 삼킨, 그 더러운 음식물이 군데군데 흔적을 남긴 치아를 북북 닦았다. 조금의 오물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물컹물컹한 치약이 뭉그러지며 하얀 거품이 만들어졌고, 역시나 무엇인가 입에 닿는 것은 아주 끔찍했다. 헛구역질을 했다. 속이 뒤틀렸다.


젊은 시절을 몽땅 죽음으로 갈아 넣는 것만 같아 씁쓸했다. 보통 젊음이라고 하면, 파릇파릇하고 불그스름한 생기가 두 볼을 물들인 사람이 떠오르지 않던가. 그런데 지금, 죽어가는 흐릿한 화장실의 전등빛을 받으며 사납게 벌어진 칫솔을 들고 오도카니 서 있는 이 여자는 결코 젊음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눈 밑의 그늘,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엉망으로 헝클어진 길지도 짧지도 않은 단발, 축 늘어진 어깨와 굽은 등허리.

다 시들어가는 풀이었다.


전등불을 일찌감치 끄고 그냥 가만히 누워 있었다. 쌓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모든 것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있지, 내가 정말 미친 걸까.


응? 내가 정말 미친 걸까?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 물었다. 그러나 나를 둘러싼 벽은 아무 말이 없다. 미친 사람이라고도, 병들었다고도, 멀쩡하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건 도대체 뭘까. 그저 곧 죽을 것이라고, 되지도 않는 허풍을 늘어놓는 사람이라는 건가. 사실 이러고 있는 것도 도피의 일종이지 않은가. 이 생각을 곱씹으면서 해야 할 일로부터 눈을 떼는, 그런 지독하고 비열한 수법이지 않은가.


역시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낳아준 부모에게도, 몇 없는 친구에게도, 그 밖의 사람에게도, 나는 여전히 짐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사라져야 했을 사람이었을지도.


그럼에도 나는 또 멍청하게 살아 있겠지만,

그러니까 모든 것들이 다 거짓말이나 다름이 없겠지만.


때 이른 거짓말을 보기 좋게 포장하여 늘어놓는 나는,

언젠가 정말로 죽으면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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