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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Sep 30. 2024

중얼중얼 꿈 이야기

 저는요, 어릴 적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뭔가를 그려내고 만들어내고 쓰는 걸 참 좋아해서, 늘 책상 앞에 앉아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곤  했었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옆에 엎드려 끄적끄적 무언가를 그려내고 있노라면 아버지께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어요. 우리 딸은 분명히 크게 될 거라고, 투박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요.

글을 쓰면, 아버지는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다 사진을 찍어 남겨두셨어요.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해도 아버지께서는,


 "아이, 하나도 버리지 말어."


 전부 추억이 된다면서, 버리지 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언젠가는 내가 만들어낸 것들로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고요.  저는 제가 만들고 새겨나간 모든 것들로 조금은 세상을 밝혀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고 있어요. 살아온 날은 그리 많지 않지만요. 서툴고 모난 모습을 기록하는 그 과정에서도 분명히 성장하고 있고,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것 같은 글에도 강한 소망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걸 잘 풀어내서 전달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끼고 있고요.


 가끔, '내가 품은 꿈이 현실적일까?'라는 물음에 부딪히기도 해요. 그래서 자꾸만 물러서려 하고 도전도 하지 않으려 했던 적이 있었어요. 남들이 흔히 꾸는 꿈을 꿔 보자고, 그렇게 스스로를 누른 적도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휩쓸리며 살다가는 저라는 사람이 제대로 빛나지 못할 것만 같았어요.


 모두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의 틀에 맞추어 사는 것이 옳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저를 설득한 적도 많았지만, 사실 그건 그저 그들이 만들어낸 고유의 길일 뿐이었어요. 나에게 맞는 분야는 내가 직접 경험하고 나를 알아가면서 찾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남이 나를 속속들이 다 알진 못하니까요. 태어난 순간부터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내 깊은 곳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더라고요.


 이 말이 어찌 보면 참 당연하기도 한데, 저는 그 당연한 말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렸어요. 내가 나를 믿고 몸을 맡길 수 없으니 자꾸만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서 묻게 되더라고요. 조언은 조언일 뿐, 내가 살아갈 길은 내가 찾을 수밖엔 없었어요. 누군가가 알려준 정보를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손에 쥐고 있는 그 정보의 결이 나와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나의 역할이니까요.


 어쩌면 지금 제가 이렇게 즐기고 있는 일도 시간이 흐르면 다른 일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저는 이 일을 계속 사랑해 보려 해요. 끊임없이 사랑하는,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들어낸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와닿는다면 충분히 행복하답니다.


 저는 역시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인가 봐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는 그 과정이 참 좋아요. 물론 사람으로 인해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요, 그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도 역시 사람이라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글을 써서 올릴 때마다 마음이 달콤해져요. 나의 생각과 마음을 조금이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행복해요.


돌고 돌아 힘들게 찾아낸 꿈인 만큼, 절대로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커요.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삶에 용기를 내어 다가가는 순간이니까요. 어린 제가 꾸던 꿈을 어른이 되어 이루기 위해 왔으니까요. 너무나도 소중하고, 저의 중심이 되어주는 요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단어와 문장을 모아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낼 때마다 저만의 세상에 색이 입혀지는 것이 보여요. 살아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답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단지 내 마음이 움직이는 일을 주기적으로 해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해요.


앞으로도 푹 빠진 채로 살아가고 싶어요.

끊임없이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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