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 자신을 아이로 보며 살아가고 있다.
갈수록 나이를 먹어가지만, 마음속에는 아직 돌봄을 받고 싶은 아이가 있다. 조잘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어린아이가 마음속에 살아있다. 엄마의 옷자락을 언제까지나 붙잡고 싶은, 잘 흔들리고 넘어지는 아이.
울타리처럼 나를 감싸던 부모님은 언젠가 떠날 수밖에 없다. 느리지만 시간은 분명히 우리를 미래로 데려다주고 있으니까. 언젠가, 나는 정말 홀로 남아 마음 깊은 곳에 부모님을 간직하고 살 것이다. 지금껏 겪어왔던 이별처럼.
누운 채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제껏 한 번도 나의 손을 잡아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밥을 먹이지도, 잠을 재우지도 않고, 정말 물건을 보듯이 거칠게 다루고 있었다. 정작 나는 거친 사람을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싫어하는데, 가장 싫어하는 짓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으니 기대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작은 일에도 심하게 자책하는 것이 오랜 습관이었다. 하려던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왠지 타인의 반응이 기대와 다를 때에도 스스로를 의심하고 쉽게 손가락질했다. 속상한 마음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어루만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나 스스로를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자꾸만 자책을 했다. '내 주제에 무슨. 또 이럴 줄 알았어. 아무래도 난 사람이랑은 안 맞나 봐. 내가 멍청해서 그래.'
그런데, 나의 아이가 그 자신에게 이러한 말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고 상상하니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사실은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이러다 또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 그래서 더욱 사람의 반응에 집중하며, 마치 생일 선물을 기다릴 때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자책의 뒷면에 숨은 말을 나는 전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손짓, 눈길, 말의 높낮이, 아주 작은 몸의 움직임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내어 분위기를 읽어내는 모습, 그래서 더욱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긴장하고 아파하던 모습.
나는 내 가슴 안에서 그 아이를 보고, 처음으로 슬픔을 느꼈다. 웃고 떠드는 사람들 틈에서도 홀로 웃지 못하고 겉도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를 '나'로 인식할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슬픔이었다. 가슴이 욱신거렸다.
내 몸은 사람을 상대할 때 언제나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어깨와 팔, 다리, 배, 손끝과 발끝까지도. 자꾸만 손을 꼬고, 괜히 머리카락을 만지고, 얼굴을 만지거나 턱을 괴는 행동을 했다. 어떻게든 긴장을 풀기 위한 노력이었다. 편안하게 보이는 상대편과 달리 나는 오리가 물속에서 발을 정신없이 휘젓듯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언제나 기진맥진했던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친밀함을 주고받는 편안한 시간이었겠지만, 하나하나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 분위기를 읽던 나에게는 마치 외줄 타기를 하는 듯 불안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모임이 끝나고 나면 꼭 도망치듯 방으로 달렸다.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살면, 난 도대체 언제 웃지?'
'사람과의 관계를 당장 편하게 여기진 못하더라도, 나는 날 좀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언젠가부터 자책을 지겹게 여기기 시작했다. 누구 한 명만큼은 나를 보호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으로 부모님이 먼저 떠올랐지만, 결국은 그들도 타인이기 때문에 나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하니? 이렇게 하면 더 빠르고 편한데." 라며, 그들의 삶에서 적합했던 해결책을 제시할 뿐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나를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나뿐이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누구보다도 깊이 나를 아는, 세상에 다 내보이지 않은 부분까지도 아는 사람은 나밖에는 없다. 그러니 이제 나의 엄마가 되어줘야겠다. 도망치듯 방안에 몸을 들일 때에도, '이 바보야.'라는 말보다는 '왔어? 너 많이 힘들었나 보다. 괜찮아. 따뜻한 물에 씻고, 누워서 푹 쉬자.'라고 다독여줘야겠다.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지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너그럽게 나를 보아야겠다.
언젠가 내가 부모님 품을 완전히 벗어나 한 명의 어른으로 살아갈 때에도 외롭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