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계속해서 물을 마신다. 배가 부를 때까지, 그래서 모든 것들을 다 몸 밖으로 밀어낼 때까지. 싫어서 그래, 힘들어서 그래. 축축한 등, 계속해서 땀에 젖는 몸이 싫을 뿐이야.
나는 목구멍 너머로, 나를 사랑했던 생명들을 삼켜낸다. 아마도 사랑했던 것들,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을 입에 흘려주었던 것들. 조금 더 깊게 파고들기를 바랐던 것들. 그러나 너무 짧게 스쳐 지나갔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고, 아쉬운 감정을 쓰게 입안에서 굴린 다음에 긴 숨으로 피워낸다.
감정의 틈새가 크게 벌어질 땐 입안으로 뭐든 넣고 싶어진다. 참을 수 없게 허전한, 참을 수 없게 아픈, 그런 기분이 나는 정말 싫다. 싫어도 어쩌겠어. 우울마저도 나를 사랑하고, 죽음마저도 나를 사랑할 거야. 그래서 자기 품에 더는 안기지 않기를 바랄 거야.
하루 종일 머리틈이 부옇게 물들었는데, 그 누구도 내 머리를 꺼내어 깨끗하게 닦아줄 수는 없었기에 나는 계속해서 물을 마셨다. 불룩하게 배가 부풀 때까지, 그래서 모든 것들이 다 씻겨 내려갈 때까지.
점심때쯤엔 비에 젖은 밖으로 나갔는데, 작은 나비가 몇 마리 곁에서 맴돌아 조금은 웃을 수 있었다. 까마득한 웃음을 피워내었다. 그 애들이 평생 거기에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물이 없어도 배가 부를 텐데. 사람이 없어도 배가 부를 텐데.
미지근한 말마저도 없는 하루를 보냈다. 빗물이 너무 많아. 어쩌면 그걸 타고 흐른 미지근한 말이 귓속으로 흘렀을지도 몰라. 내가 듣지 못했을 뿐이야. 거기에 닿지 못했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