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약을 복용한 지 14일이 지났어요. 자살충동은 훨씬 줄었어요. 낙관적인 사고도 약간 생겨서, 이제 무조건 죽음으로 기울지도 않아요. 오랫동안 안고 지내왔던 죽음에 대한 사고가 훨씬 약해지니 숨통이 트여요. 끈을 보거나 날붙이를 봐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내 삶은 무조건 잘 풀릴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삶을 사는 것에 충실한 느낌이에요. 당연히 살아야 하니까 사는 느낌. 지난주에는 왠지 살아있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거의 없어요.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바로 흩어져요. 지금은 그저 운동을 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마음이 복잡하면 명상을 해요. 씻거나 밖을 나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결심을 하면 쉽게 행동으로 옮겨요.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혀왔던 이인증도 훨씬 좋아졌어요.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나는 나일 뿐이에요. 누가 나를 조종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내 생각이 가짜 같지도 않아요. 아빌리파이가 추가되기 전까지는 내 생각이 마치 주입된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내 뒤에 누군가가 있고, 그 사람이 나를 매일같이 지켜보고 있다고 느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혼란이 사라졌어요. 가끔 차창 너머로 사람들을 보면 마치 인형 같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괜찮아요.
기분은 안정을 되찾았어요. 지난주만큼 오락가락하지도 않고,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밤낮없이 활동을 하지도 않아요. 낮이 되면 적당히 활동하고, 밤이 되면 길게 잠을 자요. 중간에 깨는 일도 거의 없고요. 이제야 중심을 찾은 것 같아요. 시간이 빠르지도 않고, 사람들이 빨라 보이지도 않아요. 오밤중에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아주 평온한 느낌이에요.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