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미워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워요.
나의 가족, 아픔, 모든 것. 이를 잡듯 아픔을 후벼 파며 살았던 지난날들. 그래서 현재로 나아가지 못하고, 언제나 마음이 다친 채로 살았어요. 아픈 일이 하나 생기면 온종일 그곳을 빙빙 돌았어요.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언젠가부터는 그것도 지겹더라고요. 왜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건지 의아했어요. 나는 스물두 살이 되어도 여전히 열두 살. 그때의 무서운 방 안에 홀로 남아있어요. 아무리 가족들이 다정하게 대해준다 해도 공포가 사라지지를 않았어요. 그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이 다가오면 가까워지고 싶어 하다가도 멀어지게 되었어요. 버려질까 무서웠거든요.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내 모든 우울감과 고통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 가족이 마냥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나를 아프게도 하지만, 가장 포근하게 감싸주고 응원해 주었던 것도 가족이거든요. 미안하다는 말은 쉽게 못 해도,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이에요.
가끔은 내가 아픔을 일부러 찾아내어 들여다보고, 가슴 안에 푹푹 찔러 넣는 것 같았어요. 이제 아픈 시간이 다 지났는데도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더라고요. 내가 뒤끝이 아주아주 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직 고통이 매듭지어지지 않았을 뿐이었어요. 나에게는 그 시간들이 너무너무 충격적이고 힘들어서, 어른이 된 순간까지도 공포와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던 거겠지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 건 이제 그 상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어요. 너무 많이 아팠고, 너무 많이 다쳤기 때문에 스스로 일어나기엔 많이 힘들었거든요. 이제 어깨가 조금 가벼워요. 불현듯 떠오른 과거로 인해 괴로운 날이 있어도 괜찮아요. 나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