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by 이지원

세상천지에는 어려운 일만 잔뜩. 그래서 살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온몸이 침대 바닥으로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이에요. 쉬고 싶은데, 차마 죽음으로 달려갈 기력은 없어요. 오늘은 그냥 이렇게 누워 있으려고요.


내가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행복하게 삶을 이야기하다가도 아무 이유 없이 죽음으로 향하기도 해요. 왠지 죄를 지은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어요. 눈꺼풀이 무거워요. 평생 나를 짓누르던 이 기분이 거짓이라면, 진짜 나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거죠?


새 생명을 보고 싶어요. 내 몸 일부를 주며 키워내고 함께 살고 싶어요. 웃고, 울고, 때로는 토라졌다 다시 끌어안고, 밝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굳이 살아야 한다면 그런 삶을 살래요. 혼자 이곳에 남겨져 있는 건 무서워요. 함께 살고 싶어요.


안정적인 가족에 대한 갈망이 커요. 우리 가족은 분명 행복하지만, 어릴 때부터 내 마음에 꽂혔던 것들이 아직 떨어지지 못한 채로 남아있어요. 가령. 오빠에게 매일같이 맞았던 기억, 그걸 보신 아빠가 "너는 똑똑하니 머리를 써서 오빠를 이겨봐라."라고 했던 기억. 엄마는 "오빠를 고칠 수 없으니 네가 능력을 키워 오빠로부터 벗어나라."라고 했지요.


하지만 몸이 약해 매일같이 병원을 들락거리던 나를 지탱해 준 것도 그 가족이랍니다. 먹고, 자고, 씻고, 옷을 입고 사는 것도 지금은 가족의 힘이지요. 내 삶을 음울하게 만들었던 것도,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도 가족이라 참 어려워요. 차라리 완전히 나쁜 사람들이었더라면 시원하게 끊어냈을 텐데, 그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사실이라.


모두 다 끝난 일이에요. 그러니 그곳에서 벗어나 걸어야 하는데, 과거의 기억들이 내 발목을 끈덕지게 잡은 채로 놓아주지를 않아요. 이 기억을 안은 채로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언젠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요?



기력이 없어져서 오늘은 약을 먹고 싶지 않았어요. 약을 전부 버려버리고 싶었어요. 나는 정말 괜찮은데, 아주 평범한데, 이 약이 자꾸 내 발목을 잡는 것 같았어요. 내가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그게 없으면 나는 다시 구렁텅이로 빠지기 때문에 버릴 수가 없었어요. 어찌 되었든 여기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하니까요. 나는 사실 정말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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