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붙잡아줘!

by 이지원

또 시작됐어요. 기분이 한없이 둥둥 뜨고 있어요. 지금 너무 졸린데, 눈을 감을 수가 없어요. 생각이 아주 빠르게 돌아가요.


'내일 뭐 하지, 내일 뭐 하지, 내일 뭐 하지... 내일은 이 음식을 해 먹어야겠다. 바질을 키워 먹어볼까? 바느질을 다시 해볼까? 퍼즐은 어떨까? 컬러링북을 해볼까? 책은 뭘 읽지?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트를 가야겠어. 시간은 여섯 시가 좋겠다. 참, 여섯 시에 여는 마트가 있나? 뭐 어때. 밖으로 나가야지. 빨리 나가야지. 얼른 나가서 뛰어야지. 난 뭐든 할 수 있어. 안 되는 건 없어...'


일 초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어요. 참 밝고 희망적인 것 같지만 사실 괴로워요. 이 생각들을 끊고 잠에 빠질 수가 없거든요. 이때의 나는 잠들 수가 없어요. 억지로 눈을 감아도 마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눈꺼풀이 열리고, 자꾸 꼿꼿이 앉으려 해요. 뭐라도 하려고 해요. 넓은 운동장을 전력질주한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차요. 지금 당장 바깥에 나가고 싶어요. 소리를 지르며 달리고 싶어요. 그러면 이 답답한 느낌이 사그라들 것 같아요. 하지만 새벽 두 시에 밖에 나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누워있어야 한다는 걸 아는데, 자꾸만 뭔가를 하고 싶어 져요. 요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부터 이런 증상이 생겼으니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이제 곧 진료일이니 꼭 여기에 적힌 모든 걸 말씀드려야죠. 어쨌든 지금은 눈을 감아봐야겠어요. 제 풀에 지쳐서라도 잠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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