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단순하게

by 이지원

기억은 많이 돌아왔어요. 현실감도 돌아왔고요. 그런데도 아직 약한 부분이 있는지, 깜박깜박해요. 어제 운동을 하다가 또 내가 누군지 잊었거든요.

사람의 삶에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깨달아요. 내 마음은 이제 막 치료를 위한 길에 섰으니, 우울증이 심하던 시절의 기억을 통째로 잃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혼란스럽지만,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어요. 20년이 넘는 시간을 우울감과 자살충동에 무겁게 짓눌린 채로 있었으니, 마음은 당연히 그때를 잘라내고 싶을 거예요.


움켜쥐고 싶어도 자꾸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이 야속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초조해하면 더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저 가만히 이 순간을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었어요. 압박감을 느끼면 느낄수록 잃는 기억들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마음은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얼마나 힘든지도 몰라요. 내가 한밤중에 덜컥 찾아온 조증으로 힘들어해도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모르지요. 그래서 더 조심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어떻게 아파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어요. 최대한 가볍게, 단순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점점 가뿐해지고 있어요. 행복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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