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날이었어요. 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날이었거든요.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무서워해요. 타기만 해도 공황이 와요. 머릿속이 하얘지고, 덜컹덜컹 움직이는 계단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그동안은 약 덕분에 공황이 오지 않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바닥이 미끄러워지니 또 공황이 찾아왔어요. 약을 먹었는데도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이 밀려들었어요.
역으로 들어가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아주 미끄러웠어요.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빨리 타라고 재촉하고, 뒤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들고...
그 상태에서 공황이 왔어요.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몸이 자꾸 고꾸라지고, 머리가 하얘져서 엄마 손을 놓쳤어요. 그때는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어요. 정신이 없었어요. 곧 죽을 것 같았어요.
엄마는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되짚어 올라와서 나를 혼냈지요.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안 미끄러운 데가 어딨니? 그냥 나한테 의지해서 타면 되잖아! 나까지 다칠 뻔했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어쩌면.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될 사람일지도 몰라요.
고작 에스컬레이터 하나를 이렇게까지 무서워하니까요.
그래서 가족까지 다치게 만들 사람이니까요.
바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도, 어쩌면 너무 과한 욕심일지도 몰라요.
돌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