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다시 바꾸었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부터는 브린텔릭스 5mg과 아빌라파이 1mg을 먹고 있다.
자살 및 자해 충동은 거의 사라졌지만,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졸음이 심하다. 이인증도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가짜처럼 보이고, 꿈속을 헤매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내 모습이 아주 낯설겠지. 약이 덧씌워진 나를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조금 슬퍼진다.
어쨌든 나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물론 이 생각마저도 그저 나의 오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왠지 쓸쓸하다. 정신과 약은 내 삶을 좀 더 평온하게 만들었지만 약간의 씁쓸함도 가져다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병이 옅어지면 씁쓸함도 흐려지겠지.
그래도 확실한 것은, 오늘의 나는 살아있다. 생각이 조금 더 삶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오늘의 기쁨은 바로 그것이다. 살아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