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기쁨

by 이지원

밤거리를 달렸다. 정신과 치료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까지 숨이 차도록 달렸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부풀고 서늘한 밤공기가 몸속을 가득 채우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숨소리, 움직이는 두 다리, 꼭 말아쥔 손가락의 힘. 그 모든 것을 느끼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비관적인 생각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머릿속을 더럽히던 수많은 생각들은 내가 달리기 시작하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머리 위를 수놓은 별과 달, 보랏빛 밤하늘을 보며 처음으로 큰 미소를 지었다. 살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죽을 생각도, 나에게 상처를 낼 생각도 전부 다 사라졌다. 나를 괴롭게 했던 아버지도, 적막에 휩싸여 두 번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은 집도, 쓰라리도록 나를 깎아내리는 나 자신도 전부 사라졌다. 나는 나였다.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옷을 전부 벗어던진 것처럼 후련하고 상쾌했다.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자해를 하지 않아도 우울감을 해소할 수가 있구나. 처음으로 깨달았다. 머리로만 알던 것들이 이제 마음까지 수놓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안다. 꼭 나를 아프게 하지 않아도 상쾌함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기뻤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그것을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에 담아줘서, 이렇게 글로 다듬어줘서 참 고맙다. 이렇게 새겨두면 또 다음 파도가 왔을 때 조금 더 빠르게 헤어 나올 수 있겠지.


부모님의 불화로 오늘도 집안 분위기는 냉랭하지만 나는 행복하다. 그것이면 되었다. 아직 가슴에 남아있는 상쾌함이 나를 안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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