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기쁨

나에게 쉼을 허락한 날.

by 이지원

오늘 아침에도 산책을 나왔다. 따뜻한 햇빛을 손에 담아 보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보기도 하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도 했다. 카페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료를 마셨다. 좋아하는 디저트도 곁들였다. 집안에서 묻혀 온 텁텁한 먼지가 말끔하게 닦였다. 숨이 훨씬 가벼워졌고 감각은 생생하게 돌아왔다.


기쁨이란 것은 사소한 순간 안에 있다. 그 사소한 순간 속에 깃든 평화를 사랑한다. 아무리 고되고 아파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이 모래알처럼 작은 기쁨 덕분일 것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차고 팍팍하지만 그 환경이 나 자신은 아니다. 이제는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 자신을 분리해서 보고 싶다. 우울할 땐 이렇게 햇빛에 몸을 맡기고, 좋아하는 것을 먹고 마시며 숨 쉴 틈을 만들어 줘야지. 우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만 너무 깊게 빠지지는 않아야지. 마음속의 창문도 가끔은 열어줘야 한다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모르고 살았다.


이제까지의 나는 나를 그냥 풀어주지 못했다. 이렇게 숨 쉴 틈도 주지 않으려 했다. '정신이 빠졌지, 왜 여유를 부리고 앉아있어?'라는 아픈 말로 나를 상처 주었다. 그러나 숨 쉴 틈이 없는 곳에서 숨을 쉬려고 노력하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이제는 내가 파묻혀 있던 우울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알고 있다. 바깥에서 거금을 쓰고 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가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는 작은 선물일 뿐이다. 오늘 나는 내가 건넨 선물을 받고, 이렇게 기쁨을 기록하는 곳에 가져와 새기고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내게 주어질 행복을 더 깊게 맛보고, 이곳에 기록해서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 우울한 순간도 있었지만, 행복한 순간도 있었기에 오늘은 최고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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