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빌리파이의 부작용

식욕 증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괴롭다.

by 이지원

항우울제의 보조 약물로 처방받은 아빌리파이는 비현실감을 없애주었다. 더 이상 세상이 가짜 같지 않고, 현실이 꿈같지도 않다. 그러나 그 효능보다도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약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부작용이 모두 다르겠지만, 내게 나타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식욕증가다.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가 없다. 분명히 배가 터질 만큼 부르다고 느꼈을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고, 24시간을 굶은 것처럼 극심한 배고픔이 끊이지를 않는다.


1mg이라면 식욕 증가가 없을 줄 알았다. 병원에서도 워낙 적은 양이라 살이 찌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내가 약에 예민한 체질이라 그런지, 식욕은 자꾸만 늘고 있다.

그냥 참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참으면 참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참을 수가 없다. 머릿속이 음식으로 꽉 차서 견딜 수가 없다. '먹지 않으면 안 된다', '먹어야만 한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런 생각이 하루 종일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사방에서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중에는 그 메아리를 듣다 미쳐버릴 것 같아 분노와 공포가 치솟는다. 음식을 입에 대면 잠시 안정을 찾지만, 죄책감과 우울감은 그 안정보다 삼천 배는 더 크다.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속이 좀 허한데?', '좀 출출하네.'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그 강도가 강하다.


딱히 음식 생각을 하지 않는데도 혀뿌리 밑에서 침이 계속 차오른다. 의식해서 삼키지 않으면 흐를 정도다. 허기는 점점 심해지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메아리는 점점 커진다. 우울감은 그와 비례해서 더 배를 불린다. '식욕 증가'라는 부작용을 가볍게 생각했던 나를 원망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요란스럽던 식욕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그땐 식욕이 전혀 없다. 정말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다. 허기를 알리는 신호는 기분 나쁜 속 쓰림으로 바뀌어 전달된다.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밥 한 숟가락을 밀어 넣으면 그때부터 끔찍한 식욕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멎었던 메아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명절이 지나면 다시 약을 바꾸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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