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by 이지원

몸이 근질거린다. 내 몸에 닿은 모든 것들이 거슬린다. 식욕, 식욕, 식욕. 그것이 싫다. 음식을 입에 대는 내가 혐오스럽고, 가장 많은 음식을 입에 대야 하는 명절이 싫다.


왜,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내가 정신과를 방문했던 것은 분명 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10년이 넘도록 아무 감각도 느끼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던 나를 살려줄 거라 믿었는데. 나를 구해줄 거라 믿었던 약이 오히려 나를 부수는 모습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지만 그에 보답하듯 더 나아질 수가 없다. 오히려 더 퇴화하는 것만 같다.


"엄마는 이제 모르겠다. 맞는 약이란 게 있는 건지..."


엄마는 그랬다. 약을 끊은 사람들의 예시를 들며 은근히 약을 끊기를 바라는 소망을 내비쳤다. 간신히 잡고 있던 손이 툭 떨어진 것 같다. 그리고 사실은, 한숨 섞어 내보낸 그 말이 나의 마음과 닮아 있었기에 더 아프게 박혔다. 맞는 약을 찾는 여정이 길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기간이 길어지니 슬슬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과 약은 뇌를 굉장히 무뎌지게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증상의 호전을 끌어낸다기보다는 뇌를 둔하게 해서 '우울마저도' 못 느끼게끔 하는 것 같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굉장히 슬프다. 뒤죽박죽 꼬인 듯한 내 인생이, 정신과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를 경원시하는 사람들이, 그 약간의 주저가 어린 눈빛이 낯설다. 나를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그들이 나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은 결국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약해지기 마련이고, 그들에게 있어 나는 예측할 수 없는 낯선 변수일뿐이기에.


사회와 단절된 것 같다. 구직에 대한 집착은 사회와 연결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었다. 사람 사이에 섞여서 일을 하다 보면 이 고립감을, 이해받을 수 없는 서러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력서를 넣는 족족 떨어지니 이제는 구직에 대한 집착마저도 옅어졌다. 단지 이렇게 살다가 이 몸을 뚫고 사라지면 그만이다. 갑갑한, 이런저런 약물로 얼룩진 이 몸과, 지독하고 끔찍했던 트라우마, 그리고 더러운 고립감으로부터 멀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내게서 망설임이 사라지기를. 행복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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