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잘못된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을 것.
저기에 있는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나는 계속 죽음을 말해요. 23년 동안 살아오며 죽음을 말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을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 때문에?
중학교 때 겪었던 왕따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기질적으로 우울을 타고난 사람일까요?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언제나 우울을 몰고 다니는 인간이라서요. 아버지의 폭력성을 닮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나를 상처 입히고 마는 사람이잖아요. 가장 잔인한 무기를 휘두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싫어요. 남들은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게. 상상도 못 할 생각과 행동을 매일 안고 살아가는 게.
이런 것도 인간이라고 어떻게든 사람을 만나려 하는 게 싫더라고요. 차라리 외로움도 느끼지 못하는 무생물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와닿게 설명하려 해도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해요. 애초부터 다른 사람이었나 봐요. 나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되는 것이었나 봐요.
이 집에서 돈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인간이 나일 거예요. 병원비, 병원비, 병원비. 이제는 정신질환까지 얻어서 부모님의 돈을 까먹고 있으니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한 마음뿐이에요.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가족은 더 행복했을 텐데. 나를 만난 모든 사람들도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했을 텐데.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삶이 더 빛났을 텐데. 그러나 이미 삶을 이어온 몸이라 나는 죽을 수도 없어요. 나를 만난 사람들의 기억에서 나를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무엇보다 아직은 죽을 용기가 없네요. 구정물이 하수구로 흘러들어 가듯 녹아 사라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면.
실수를 남겨서 죄송합니다. 깨끗한 당신의 삶에 지저분한 얼룩을 남겨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