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말이에요. 오늘도 술을 드시고 오신대요. 매일같이 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아버지가 싫어요.
나를 여기서 꺼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돈이 없어 나갈 수가 없어요. 내가 만약 80년을 산다면, 나머지 60년 정도는 좀 편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언제까지 이 가족의 틈에서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요?
나는 가정을 이루고 싶어요. 이 상처에서, 이 굴레에서 벗어나서 내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아버지와는 다른 자상한 남편과 함께 살고 싶어요. 가정이 나를 겨누는 칼이 아니라 돌아갈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예쁜 아이도 낳고,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싶어요. 이 가정에서 누군가의 딸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여기서 분리되어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아버지가 휘두른 폭력의 흔적이 새하얗게 사라지도록. 그래서 진짜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도록.
누가 나를 좀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의 폭력에 질려 말문을 닫아버린 엄마, 가깝지 않은 오빠가 전부예요. 나는, 나는 안길 곳이 없어요. 사라진 나의 고양이가 그리워요. 그 애는 꼭 이렇게 힘들 때 옆에서 함께 잠을 청했는데. 마음껏 울어도 괜찮았는데. 한 번도 나의 곁을 떠난 적이 없는데. 이제는 닿을 수 없는 곳에 먼저 가 버린 고양이가 그리워요. 제발 나를 좀 살려주세요. 의사 선생님, 상담선생님, 내 친구들, 떠나버린 고양이야, 제발 나를 조금만, 이쪽을 봐줘. 여기에 와 줘. 차게 식은 내 몸을 꼭 안아줘. 어떤 부작용이 와도 좋으니 내 약아, 이 모든 고통을 잊게 해 줘. 마냥 행복하게 해 줘.
내일 아침에도 거리를 달릴게요. 한껏 달려서 금방 좋아질게요. 그러니까 나 좀 사랑해 줘. 나 좀 안 아픈 곳으로 데려가 줘. 부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