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로켈서방 150

by 이지원

어제 새 약을 받아왔다.(쎄로켈서방정 150mg)

많이 졸릴 수 있다 하셔서 자기 전에 먹고 잠들었다. 이제 비관적인 생각도 들지 않고 자살 및 자해 충동도 들지 않는다. 머릿속이 유순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꽃이 자라난 것 같은 기분이다. 아주 단순하게 할 일을 한다. 2주 정도 먹어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나에 대한 공격성도 없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득실득실하던 나쁜 생각들이 말끔하게 사라지니 삶은 조금 더 쾌적해졌다.


몽롱함과 비현실감, 입마름, 몸이 뻣뻣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을 제외하면 꽤 괜찮은 약이라고 생각한다. 신체적인 부작용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 무엇이든 좋은 점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점도 있기 마련이니까. 지금 가장 힘든 점은 손을 움직이기가 조금 어려운 것이다. 근육을 부드럽게 움직이기가 힘들다. 가위에 눌린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몸을 꿈속에 담그고 있는 듯한 느낌. 약에 적응하고 나면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약을 먹는 것은 내게 있어 무조건 불쾌하고 나쁜 경험이 아니라 꽤나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이다. 정말 그렇다. 이런 느낌을 또 언제 경험해 보겠는가. 하나씩 하나씩 먹어보며 맞는 약을 찾아 헤매는 과정은 마냥 나쁘고 무서운 것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섭고 불안정해 보이겠지만 나는 이 과정을 조금 즐기고 있다. 투병을 함께해 줄 좋은 친구를 찾는 과정이니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약뿐만이 아니라 삶에 찾아오는 모든 것들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완성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 무서운 일도 아니다. 뭐든 간에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내가 보이는 불안정한 모습도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 곁을 지켜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작가의 이전글당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