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더군요.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집에 있는 것은 내게 있어 재앙이나 다름없었거든요. 내 눈은 이미 좋지 않은 것을 더 오래 보도록 비뚤어져서, 우리 가족이 가진 좋은 점을 보지 못하게 되어버렸어요. 가족과 함께 했던 추억, 행복한 기억들이 전부 좋지 않은 모습에 묻혀 가려졌어요. 머릿속에서는 대피를 알리는 경보가 끊이지 않았고, 나는 독립을 바라게 되었어요. 결국 독립 자금을 모으기 위해 하루빨리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였어요.
맞아요, 내 정신 상태가 그리 맑지는 않아요. 언제나 감정이 왔다 갔다 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오래 파묻히기도 해요. 그게 극단으로 치닫다 보면 결국 자해를 하기도 하지요. 결코 좋은 쪽은 아니에요. 나는 좀 더 안정이 필요해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겠어요. 그래서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볼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일을 시작해야겠어요.
공백이 무서웠어요.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병에 묶여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뒤처지는 것이 싫었어요. 계속 뒤처지다가는 내가 원하는 행복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 무서웠어요. 그래서 억지로 밖에 나가려 했어요. 험한 일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적어도 무언가를 하고 나서 보상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이 고립감이 너무 싫었어요.
그렇지만 내 마음이 아직은 일을 할 때가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 같더라고요. 어쩌면 설 연휴 동안 내게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조금 더 안정을 취하라는 뜻의 경보였을지도 몰라요.
삶의 의미를 조금 바꿔야겠네요. 일을 구하고 그 사이클에서 사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 이곳에 발을 붙이고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요. 일은 그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조금 숨을 쉴 수 있게 되겠죠. 어떻게든 살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마음을 좀 편하게 먹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껴봐야죠. 그래도 언젠가 또 일에 대한 강박이 도져서 일 얘기만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지나가는 바람이니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주세요. 안정을 찾고 나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저 자신이 정말 잘 알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