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살고 싶어졌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계속 피어오른다. 궂은일이라도 괜찮으니 뭐라도 하고 싶다. 이 상태에 안주할 수가 없다.
약은 내가 모르던 감각을 깨워주었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아주 어릴 적부터 그다지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나는 또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쁘게 꾸며 입고 거리를 누비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나쯤 먹어보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궂은 일로만 시선이 갈까. 왜 그것밖에 못 한다고 생각할까. 아니, 사실은 뭐가 가능한 상태인지를 모르겠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사무직을 할 수 있는지, 배달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자꾸만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는데, 그것이 불법적인 일은 아니고 엄연히 무언가 해보려는 시도이니 응원하고 싶다가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에 손을 대는 것이 무서울 뿐이다.
'왜? 그냥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잖아. 그렇게 어려울 것 없잖아. 지금껏 그래왔듯 눕고 싶으면 눕고, 먹고 싶으면 먹고, 편하게 살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사실은 그런 단조로운 일상에 죄책감을 느꼈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는데 나만 아직 온실 속에서 살고 있었다. 병을 앓고 있으니 당연히 온실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온실에 너무 익숙해질까 봐 무서웠다. 또래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런저런 경험을 쌓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스스로 돈을 벌어본 것도 대학교 때 동급생을 도와주는 근로를 한 게 다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마저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돈이 나올 구석이 없다. 그래서 사무직 아르바이트에도 지원을 해 봤지만 면접까지도 가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졌다.
막다른 골목. 나에게는 당장 돈이 필요하다. 조금만 참기에는 내 눈앞에 펼쳐진 많은 것들이 너무 아름답다. 단 하루라도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나에게 작은 음료라도 한 캔 사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