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라기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날.

by 이지원

상체를 다 덮을 만큼 커다란 보냉가방을 구매했다. 중고마켓에서의 거래였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이 이루어진 일은 그것 말고는 없었다. 지금은 근처 공원에서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다.


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너무 돈 벌기를 쉽게 생각했나 보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콜이 가끔씩 들어왔지만 어플에 표시된 주문 목록을 보면 전부 다 어깨에 짊어지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음식들 뿐이었다. 너무 세상을 쉽게만 살아와서 그런가 보다. 나는 뜨거운 국물이 든 음식들을 짊어지고 초행길을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걸을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걸음으로 오 분 거리라도, 나에게는 십 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을 몰랐다. 신속함이 생명인 배달과 거북이 같은 나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왜 그걸 가방을 짊어지고 나서야 알았을까. 왜 그걸 배달 어플을 켜고 나서야 알았을까.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해낸 것이 없었다. 한참을 걷고 걷다가 공원 벤치에 털썩 앉았다. 커다란 보냉 가방은 등을 받쳐 주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 사람들이 걷는 소리, 머리 위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그냥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따뜻한 햇살이 이마를 짚어주었다. 눈앞에서 무언가가 이리저리 떠다닌다.


돈, 돈. 푸르고 노란 지폐. 내가 홀로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 그것을 적게라도 구하고 싶어 어떻게든 노력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일이 나와는 안 맞다는 것을 만 원을 주고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은 하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


하늘은 쾌청하다. 오늘 산 가방은 안에 든 것이 없어도 종종 메고 다닐 것 같다. 등을 받쳐주는 느낌이 썩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홀로 걸어도 외롭지가 않다. 좋은 산책 친구를 하나 구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만 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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