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by 이지원

차라리 그런 꼴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할퀴어진 마음을 빨리 삼켜야 새 가정도 이룰 텐데, 어릴 적의 상처가 자꾸 터져. 아무 일이 없어도 끝없이 불안하고 그래. 한껏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나를 파괴하지 않으면 이 불행이 끝이 없을 것 같아. 그런 큰 이벤트를 터뜨려주면 우리 가족은 이제 사이가 좋아질까? 한 군데가 썩은 내 머리는 자꾸만 나를 죽음으로 끌고 들어가. 이건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이것도 약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그 모든 것은 꿈이었던 거야. 어린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나쁜 모습도, 오빠에게 맞았던 그 기억도, 전부 다 약이 보여주는 악몽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내가 아파하는 것은 그 잠깐의 꿈이 너무 독하고 아팠기 때문이야.

상담 때는 울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을 했는데, 이제야 터진 눈물이 너무 야속하다. 억누르는 게 습관이라 터뜨리는 게 쉽지가 않다. 한 번 찌르면 걷잡을 수 없이 터지니까, 찌르는 것도 겁이 난다. 그러다가 이렇게 잘못 건드리면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누구라도 붙잡고 얼굴을 묻고 울어버리고 싶지만 얼굴을 묻을 품도 따뜻하게 보듬어줄 손도 없다.


지금 나를 타고 흐르는 눈물에는 참 많은 것이 섞여 있다. 태어난 나에 대한 원망, 그럼에도 살고 싶다는 마음, 극심한 외로움. 차라리 고여서 썩지 않고 흐른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썩으면 이래저래 해가 되니까. 시원하게 흘려버려서 다행이다.

이제 약이 돌고 있으니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사실은 약 덕분인지 실컷 울어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약에라도 기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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