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곳에서 글을 쓰는 사람. 아마 그런 사람이었나 봐요. 썼던 글의 제목을 보니 꽤 큰 일들이 있었던 모양인데, 잘 모르겠어요. 제 인생이 그리 힘들었나요?
비가 와요. 비가 오고 있어요. 하얀 물방울이 가득, 흐린 안개가 가득. 그것만 알아요. 내 가벼운 머리 안엔 그것뿐. 내 이름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꼭 알아야 할까요?
사람들이 날 보고 슬픈 표정을 지어요. 나는 정말 괜찮은데, 잘 모르겠대요. 왜들 그리 슬픈 표정을 짓는 걸까요? 하늘을 보면 비가 오잖아요. 물방울은 예쁘잖아요.
그러니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요. 물고기도 되고 사람도 될 수 있어요. 내 인생은 행복하겠지요. 즐거운 일이 가득하겠지요. 봄이니까 꽃놀이를 가고 싶어요. 날이 개면 소풍 가요. 삼사월에도, 오뉴월에도, 평생 이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