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깊어졌다

by 이지원

마음의 껍질이 벗겨졌다. 모든 것들이 자극이다. 내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같아. 아니, 그들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냥 내 머리가 한없이 예민해졌을 뿐이야.

잊어버리고 싶다. 그 생각을 자꾸만 하다 보면 정말로 잊게 된다. 곧 그리 될 거야. 이제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될 거야. 우울감을 강하게 느끼다 보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니까. 그럼 삶을 사는 것이 한결 더 편해질 거야. 모르겠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뜨겁게 차올랐는데 이제는 식고 있다. 사람들을 하나씩 잊는 것 같다. 차가운 물을 온몸에 끼얹은 것 같다. 이제 현실감이 사라지고 있다. 내 앞에 놓인 모든 것들이 꿈같다. 발밑의 바닥이 일렁인다. 천장이 물컹하다. 그럼 나도 바닥과 천장 사이에서 녹아버릴 수 있을까.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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