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by 이지원

돈을 버는 게 그리 힘들 줄이야.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음식을 배달해도 내게 떨어진 금액은 4,000원뿐이다. 그거라도 버는 게 어디냐며 감지덕지하지만 다시 우울해진다. 여기에 살아있는 게 맞는 걸까, 정말 맞는 걸까.

사랑 말이야, 내가 원하는 사랑. 그 모든 것들은 쉽게 식고, 끊어지고, 시들어버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사랑을 품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마저 식으면 나는 돈을 벌거나 살아갈 이유가 없어.

내 삶의 원동력은 사랑이었다. 항상 그랬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언제나 똑같을 수가 없다. 그 작은 덩어리가 자꾸 꾸물거리며 움직이고 작아진다. 변화하는 것은 전부 똑같지. 음식을 먹다 보면 물리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거지. 그러니까 이제는 사람에게 큰 기대를 품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은 물을 타고 흘러갈 뿐이다.


내 손을 떠나간 모든 것들을 생각해. 모든 것들이 잠시 앉았다 가는 것일 뿐 결코 영원히 옆에 있지는 않다. 나는 죽음으로, 헤어짐으로 그것을 알아차렸다. 붙어있던 것이 떨어지면 흔적은 남지만 그 흔적마저도 영원하지는 않다. 또 새로 찾아온 사람이 있다 해도 그마저 영원하지는 않다. 결국 이 자리에 영원히 붙어 있는 것은 나뿐이야. 사실은 나 조차도 영원하지는 않지만, 죽어서 눈 감기 전까지는 여기에 있으니까.


그래서, 조금 일찍 죽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살아갈 결심을 할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죽어 다른 곳으로 가면 이곳보다는 편안하겠지. 사람의 눈치를 볼 일도 없겠지. 애초에 죽으면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없으니까, 그냥 내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싶을 뿐이다. 그 고통스러운 관문만 넘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내 삶에 권태감을 느끼고 있다. 원래 앓던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냥 모든 것에 별로 흥미가 없다.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느낄 수가 없다.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물며 연인이라도, 친구라도 따뜻한 사랑을 기계처럼 줄 수는 없다는 걸 아니까. 그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만, 원래 사람이란 것이 늘 변하기 마련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숨을 쉬는 게 당연하듯 변하는 것도 당연한데, 내가 어떻게 그 마음을 내 멋대로 할 수가 있을까. 그건 내 권한 밖의 일이다.


일을 할 때가 아니구나, 그냥 병원에서 치료나 더 받아야겠다. 가능하면 입원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사람의 눈치를 보고 싶지 않아. 식은 마음을 보고 싶지 않아. 누군가의 마음을 가늠하기에는 내 머리가 너무 지친 것 같아. 사람의 사랑이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지쳐 있어. 그래서, 나는 여기서 떠나고 싶어. 이제 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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