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놀이터에 갈 때마다 가끔씩 뵐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늘 서툰 배꼽인사를 드리곤 했었다.
따스하게 인사를 받아주셨던 할아버지의 인자한 미소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조금 지났을 때였다. 시간이 오래 지나 자세한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파트 공동현관 구석에 앉아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요행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누르지 않고 소리 내어 울 수 있었다.
눈물이 스며들어 빳빳해진 소매로 퉁퉁 부은 눈을 문대는 사이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가, 왜 여기서 울고 있니?"
아, 깨닫고 보니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울음을 삼키고 아직 눈가에 남아 있던 눈물을 거두고 나서 올려다보니 경비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내심 바라고 있었던 따뜻한 어른을 보아서인지 비죽비죽 새어 나오는 말보다도 먼저 우렁찬 울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고, 괜찮다, 괜찮아. 응? 괜찮아."
할아버지께서는 주문처럼 괜찮다는 말만을 반복하시며 나를 안고 등을 쓸어 주셨다.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듯이. 괜찮다는 단어가 희미한 노랫소리가 되었고 포근한 품에서는 햇볕의 향기가 풍겼다.
할아버지께서는 한결 차분해진 나를 무릎에 앉히시고는,
"아가, 힘든 일은 다 지나간단다."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던 나는 머리 위로 들려오는 그 말에 눈을 빛내며,
"정말요? 정말 다 지나가요?"
하고 재우쳐 물었다.
"그렇구 말구.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그렇더구나.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도, 다 지나간단다."
얼마간 하늘을 바라보시던 할아버지께서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시며 조용히 한 마디를 더 덧붙이셨다.
"꼭 웃을 날이 올 거야."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지금도 힘들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 이제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렇기에 기억 속에 더 진하게 새겨져 있다.